피격 공무원 형 "해경에 수색 중단 요청… 어민 고충에 결단"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건에 대한 청와대 정보공개청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래진 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에 대한 청와대 정보공개, 해양경찰청 관계자 해임, 서욱 국방부 장관 해임 등을 촉구했다. 뉴스1

북측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47)씨의 유족이 시신 수색을 중단해 달라고 해양경찰에 요청했다.

A씨의 형 이래진(55)씨는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해경 구조안전국에 전화를 해 수색 중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동안 수색에 임해주신데 대한 깊은 감사를 전하고 (수색 중단 후) 불법 조업 중국어선에 대한 감시 체제로의 전환을 부탁 드렸다"며 "서해 5도 어민들의 (불법 조업 중국어선 등으로 인한) 고충이 있기에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SNS에 "힘들고 무거운 결정을 해야 할 듯 하다"며 "최근 서해에 불법 중국어선들이 기승을 부린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고민을 했는데, 해경에 동생의 수색 중단을 요청해야 할듯 하다"고 적기도 했다.

이씨는 "어민들의 고충이 예상되고 해경과 해군 함정의 장병들도 추운 겨울에 모두가 고생할 것을 생각했다"며 "동생의 수색도 좋지만 국가와 어민들의 생계 또한 소중함을 알기에 무거운 결정을 내린다"고 덧붙였다.

해경은 지난달 21일 A씨가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해군과 함께 연평도 서쪽 해상부터 소청도 남쪽 해상까지 수색을 벌였다. 이후 지난달 24일 A씨가 이틀 전 북측 해안에서 피격돼 숨진 것으로 확인되자 시신과 유류품을 찾기 위한 작업으로 전환했다. 수색은 한달 넘게 진행됐지만 이날까지 시신과 유류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해경은 A씨의 실종 전 행적에 대한 수사도 벌였다. A씨가 실종 전까지 7억4,000만원에 이르는 돈으로 인터넷 도박을 하고 도박 빚 1억3,000만원(원금 기준) 등 3억9,000만원가량의 채무가 있는 사실을 확인한 해경은 "A씨가 절박한 경제적 상황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해경청은 이날 "실종자(A씨) 가족 측에서 수색 중단을 요청하며 수색 활동에 참여해준 해경과 해군, 어업관리단 등 관계기관과 서해5도 어민 등에게 깊은 감사를 표해왔는데, 수색 주관 기관으로서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며 "불법 중국어선 단속, 동절기 해양사고 대비 등 당면한 치안 수요에 대한 검토를 거친 뒤 수색 참여 관계기관과 수색방법 전환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