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환담은 보이콧·시정연설엔 참석...“野 투쟁전략 오락가락”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해 김동명 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지도부는 28일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외면’으로 냉대했다. 문 대통령이 라임ㆍ옵티머스 특검 도입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데 항의하는 뜻으로 문 대통령과의 사전환담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정연설 보이콧’까진 실행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시정연설에 참석할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청와대·여당의 특검 거부에 항의하는 밤샘 규탄 대회를 검토했으나, 강경 투쟁에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을 감안해 접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각 당 지도부, 김명수 대법원장, 정세균 국무총리 등과 환담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자리(왼쪽)와 주호영 원내대표의 자리(오른쪽)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28일 오전 의총을 다시 연 끝에 시정연설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설 보이콧에 회의적인 의견이 많아서였다. 다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시정연설을 앞두고 진행된 문 대통령과 요인들의 사전 환담에 불참하는 것으로 '대표 보이콧'에 나섰다.

이를 두고 한 중진 의원은 “사전환담엔 불참하고, 시정연설에는 참석하는 것이 무슨 전략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가 청와대 경호원들에게 수색 당했을 때라도 강하게 항의하며 시정연설 불참을 결단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여당 주도 행사 보이콧 검토→장외투쟁 거론→구두 항의’로 반복되는 대여 투쟁 방식에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늘 비슷한 방식으로 맞서다 보니 여권에 충격을 주거나 국민의 관심을 끌어모으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야성을 잃었다, 너무 몸을 사린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수단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아직은 원내지도부를 믿고 따르자는 의견이 더 많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