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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병석 국회의장이 '7년 전 박근혜 연설’ 野에 거론한 까닭은

입력
2020.10.28 20: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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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시정연설에 앞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왼쪽)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자리(오른쪽)가 비어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시정연설에 앞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왼쪽)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자리(오른쪽)가 비어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보이콧을 검토하다 물러섰다. 28일 국회 본회의장 야당 자리에 앉아 문 대통령의 연설을 끝까지 들었다. 국민의힘이 생각을 바꾼 데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설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여야 인사들에 따르면, 박 의장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면담에서 2013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 방문 장면을 거론했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이 쏟아지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였다.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은 항의의 의미로 박 전 대통령이 퇴장할 때 일어나지 않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열렬하게 기립 박수를 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과 달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대부분은 자리에 앉아 정면을 응시했다. 박 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당시 국회부의장이었던 박병석 의장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은 당 소속 조경태 의원과 사실상의 '나홀로 기립'이었다.

박 의장은 국민의힘 인사들에게 당시 상황을 풀어 놓으면서 이런 취지로 당부했다고 한다.

“당시 나도 당의 방침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기립한 건 의회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국회의 일원이자 국회부의장으로서 국가 정상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 위해서였다. 국민의힘도 야당의 품격을 발휘해 문 대통령과 여당을 예우해 달라. 특검 관철을 이유로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거부한 전례도 없었다는 점도 감안하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도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에 따른 시정연설을 위해 28일 오전 국민의힘 의원들의 피킷항의 속에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오대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도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에 따른 시정연설을 위해 28일 오전 국민의힘 의원들의 피킷항의 속에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박 의장까지 중재에 나선 끝에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지만, 분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청와대 경호처의 수색을 받은 것에 거세게 항의했고, 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을 언급하는 대목에서선 고성이 쏟아졌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검정 마스크를 쓴 채 "나라가 왜 이래!" "이게 나라냐!"라고 적힌 피켓을 든 국민의힘 의원들을 지나 퇴장했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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