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임성근·이민걸 판사, 연임 포기

입력
2020.10.28 17:06
수정
2020.10.28 17: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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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발생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민걸(59ㆍ사법연수원17기) 대구고법 부장판사와 임성근(56ㆍ17기)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법관 연임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개입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태에서 일선 업무에 복귀한 것에 따른 부담감에, 스스로 법관 자리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장판사와 임 부장판사는 이달 7일까지 진행된 법관 연임 심사에서 연임 불희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은 법관의 임기를 10년으로 정하면서 연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법관인사규칙에 따라 10년 임기가 만료되는 법관은 임기 만료일 3개월 전까지 연임 의사를 소속 기관장에게 제출한 뒤 연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연임 심사에서 △신체적·정신적 사유 △현저한 근무 성적 불량 △법관의 품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 등의 사유가 있으면 법관 연임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문건 작성을 지시ㆍ묵인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져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던 2018년 12월 대법원에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이후 ‘사법연구’에 발령되는 형태로 직무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는 대구고법 조정총괄부장을 맡아왔다.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칼럼을 쓴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기자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뒤 1심에서 “위헌적 행위는 맞지만 위법은 아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훈계에 해당하는 견책 처분을 받고 ‘사법연구’에 발령됐으나, 이후 부산고법 조정총괄부장으로 이동했다.

두 법관이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한 것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계속 재판 관련 업무를 맡는다는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올해 2월 “잠정적 조치인 사법연구 기간이 길어지면 사실상 징계의 효력이 발생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이민걸 부장판사 등 직무 배제됐던 법관들을 복귀시켰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은 재판에 넘겨진 지 약 20개월이 지났지만 핵심 사건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차장은 2017년 연임 불희망 의사를 제출하고 법원을 떠났다. 이 부장판사와 공범으로 기소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법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지난해 1월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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