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인물] 김승수 의원 "지금이 한가하게 행정통합 논의할 때인가" 일침

입력
2020.10.29 16:20

행정통합 "실현 가능성 낮고, 기대효과도 낙관적이지 않다", "수도권 집중 해소와 균형발전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통합신공항 대구취수원 기초단체 이견 조정 여전히 쉽지 않다"
"공론화위, 통합 기정사실화 안된다"

국민의힘 김승수(대구북구을) 의원이 27일 대구 시내 한 커피숍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국민의힘 김승수(대구북구을) 의원이 27일 대구 시내 한 커피숍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전국적으로 광역자치단체 2, 3곳을 하나로 묶어 초광역 자치정부를 만들자는 행정통합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대전·세종 등 광역단체가 블랙홀이 되고 있는 수도권에 맞서 덩치를 키워야 산다고 나선 것이다. 대구경북도 500만 초광역 정부가 되면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 국비 확보 등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신청사 이전 예정지인 대구 달서구와 경북도청 신도시인 안동·예천 지역에서는 벌써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승수(대구북구을) 의원은 행정통합의 과정과 실현 가능성, 효과 전반에 의문을 제기하며 "신종 코로나로 서민들은 죽을 지경인데, 지금이 한가하게 행정구역 통합 논의나 할 때인가"라고 반문한다. 27일 대구의 한 커피숍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행정통합에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안다. 왜 반대하나.

"실현 가능성이 낮고, 기대효과도 낙관적이지 않다.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는 내년 6월쯤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 여부를 확정하고, 9월 정기국회에 특별법을 제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특별법에 행정과 재정특례를 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타 지자체 간 이해관계 충돌을 조정해야 하는데, 내년 하반기면 국회가 대선 이슈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쟁점 법안은 처리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특례가 국회에서 축소되거나 조정될 경우 수용할 것인지, 주민투표를 다시 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최근 국회에서도 ‘행정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요구가 있었다. 당위성에는 공감하나.

"수도권 과잉 집중은 국가경쟁력에 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국가 균형발전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행정통합이 수도권 집중 해소와 균형발전의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_통합론자들은 대구경북이 하나될 경우 현재 국비지원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주장은 현행 국가, 지방재정 운영체계에 대해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현실적인 어려움을 알고도 감추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 통합 지자체가 추가 재정을 받기 위해서는 중앙 부처의 동의와 타 시도의 양보가 전제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오히려 줄어들 우려가 크다."

-대구경북이 통합되면 대구도시철도 경북연장이나, 통합신공항 추진, 대구취수원 조정 문제 등 현안이 빨리 해결된다는 것이 통합론자들의 주장이다.

"통합신공항 입지 갈등은 경북지역 2개 군의 갈등이었지만 도지사가 직권으로 조정할 수 없었다. 대구취수원 문제도 구미시가 반대하면 해결이 어렵다. 통합이 되더라도 기초자치단체의 이견을 조정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한국전통문화대·문화재연구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한국전통문화대·문화재연구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_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행정은 안동과 예천, 대구는 문화, 경제, 금융 중심이라는 틀을 제시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특별자치도 방식에서 벗어나 대구시 중심의 메가시티 통합론을 제시했다. 행정통합을 둘러싼 대구시와 경북도의 셈법, 어떻게 보나.

"행정통합 후에는 관할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시군간 불균형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지사가 대구를 문화, 경제, 금융 중심지로 키우는 안을 제시했지만 구체적 비전이나 전략, 실현 가능성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금융 중심도시 청사진은 부산이 10여년 전부터 주장하고 있고 인천, 전북, 제주 등도 뛰어들고 있다. 또 경북도가 통합 광역지자체 역할을 하고, 대구시를 기초지자체인 특례시로 둔다면 대구는 교부세도 받지 못하는 등 광역시로서 누리던 행정, 재정상 많은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또 대구시 산하 기초단체들이 자치단체 지위를 유지할 경우 행정계층이 동, 구청, 시청 3단계에서 동, 구청, 특례시청, 통합도청의 4단계로 복잡해진다. 자치단체 지위를 상실할 경우 현재 기초의회는 폐지되고 구청장도 임명제로 바뀌게 된다. 권 시장 안은 옛날 틀에 얽매이지 말고 대구시가 통합 광역지자체의 역할을 하고 경북도 본청은 없앤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도간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다."

_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내용이나 절차 등을 숙지하고 있나.

"의원들은 지난 5월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과 함께하는 대구경북 발전결의회’에서 대경연의 간단한 브리핑을 들은 것 외에는 공식 논의를 한 적은 없다."

_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는 신중론보다 당위론에 치우치고 있는 것 같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어떻게 풀어가는 것이 좋은가

"공론화위가 통합을 기정사실화하면 안된다. 통합 찬반에 대한 의견을 먼저 구한 후 방법과 절차를 논의해야 한다. 논의과정에서도 통합의 장단점, 위험요소, 실현 가능성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 현재 국회에 제출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포함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등을 통해 시도통합이 아니더라도 도시계획이나 재난 대응 등의 광역적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지도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

_초선의원 해보니 어떤가.

"공직생활 하면서 국회담당도 해서 낯설지는 않지만 의원으로 역할을 바꿔 부딪쳐보니 몰랐던 부분도 많고 새로 공부해야 할 것도 많다. 여당이 압도적 의석 수를 내세워 대화와 타협의 원칙을 저버리고 전횡을 일삼는 현실에는 한계와 자괴감도 느낀다."


●김승수 약력 △행시32회 △주영한국대사관 행안관 △경북도 기획조정실장 △대구시 행정부시장 △자치분권위 기획단장 △21대 국회의원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국회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장



대담=전준호 대구한국일보 편집국장
정리=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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