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교육청, 외국인학교 첫 회계점검... 교비횡령 규명 목적

입력
2020.10.23 14:45
수정
2020.12.0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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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위치 서울에 대해 27일까지 진행
"외국인 이사들 국내법 비웃어" 지적

교비 빼돌리기 의혹이 제기된 서울 서초구 영국계 외국인학교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23일부터 사흘간 현장 점검에 나섰다. 시교육청이 외국인학교 회계 점검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일보 취재결과 시교육청은 이날과 26, 27일 등 사흘 동안 반포동의 외국인학교 ‘덜위치 칼리지 서울’(덜위치 서울)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자리한 외국인학교 덜위치칼리지 서울의 모습. 배우한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자리한 외국인학교 덜위치칼리지 서울의 모습. 배우한 기자

점검 내용은 한국일보 보도 내용과, 지난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적한 사항이다. 본보는 덜위치 서울의 외국인 이사들이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되는 관계사를 여럿 세워 교재 독점 공급과 컨설팅, 대출 등의 명목으로 국내법상 외부 반출이 금지된 교비를 빼가고 있다는 학교 직원들의 폭로를 보도(본보 8월 18일자)했다. 이들 외국인 이사는 이와 별도의 횡령 혐의 등이 2018년 2심 재판까지 유죄로 인정돼 적색 수배가 내려지거나 기소 중지됐음에도 해외에서 버젓이 학교를 원격 운영하며 교비를 계속 가져간다는 의심을 받는다.

시교육청은 의혹을 밝히기 위해 덜위치 서울의 최근 3년간 거래 내용을 모두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히 물품과 서비스 거래의 경우 품목ㆍ수량ㆍ단가와 서비스 내용 등을 살펴서, 학교 외국인 이사가 장악한 관계사와 학교 사이에 비정상적 거래가 있었는지 따져볼 예정이다. 점검 범위가 넒어지며 시교육청이 보낸 인원도 5~7명으로, 예년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났다.

시교육청 학교지원과 관계자는 “외국인학교의 회계 분야는 그간 여력이 없어 점검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불거진 문제를 계기로 살펴보게 됐다”면서 “점검 결과 추가 조사가 필요하면 감사 의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올해 실태 점검 대상인 덜위치 서울을 비롯한 관내 외국인학교 다섯 곳에 대해 전부 회계 분야를 살펴볼 계획이다.

덜위치 서울의 학교 직원들이 지난 8월 기자와 만나 외국인 이사진의 교비 빼돌리기가 의심되는 정황이 담긴 서류를 보여주고 있다. 배우한 기자

덜위치 서울의 학교 직원들이 지난 8월 기자와 만나 외국인 이사진의 교비 빼돌리기가 의심되는 정황이 담긴 서류를 보여주고 있다. 배우한 기자

시교육청은 그동안 덜위치 서울 이사진과 관련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뒤에야, 본격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박찬대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본보 보도를 가리키며 “교육청이 대법원 판결 미확정을 핑계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은 국내 행정ㆍ사법 시스템을 비웃으면서 교비 횡령을 지속한다”고 지적하자, 입장을 바꿔 회계 점검에 나섰다.

[반론보도] 「국비 지원 챙기며 교비 빼돌리는 ‘요지경 외국인학교’」 관련

지난 8월 18일자 「국비 지원 챙기며 교비 빼돌리는 ’요지경 외국인학교’」 등의 기사와 관련해 덜위치칼리지 서울 측은 “외국인 이사들이 학교 설립시 관련 부처 및 은행, 건설업체 등과 협상을 주도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횡령이나 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와 관련해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덜위치칼리지 매니지먼트 서울과 유니온 에듀케이션 매니지먼트는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기능을 수행하는 법인으로서 교비를 이용한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 또한 덜위치칼리지 서울의 건물은 서울시에 기부채납하여 타인에게 처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는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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