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이동권 향상, 장애인 편견 없애는 가장 빠른 길"

입력
2020.10.22 17: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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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웍스 심재신 대표가 경기 시흥에 위치한 본사에서 파워어시스트인 토도드라이브 개발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변태섭 기자

토도웍스 심재신 대표가 경기 시흥에 위치한 본사에서 파워어시스트인 토도드라이브 개발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변태섭 기자


2015년 초등학교 5학년이던 딸이 집에 친구를 초대했다. 그 아이는 손으로 밀어야 하는 수동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심재신 토도웍스 대표는 아이에게 힘들게 왜 수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지 물었다. “학교에선 전동 휠체어를 타서 편한데 전동휠체어는 무겁고 차에 싣기도 어려워 밖에 나올 땐 수동휠체어를 타야 해요.” 심 대표는 딸의 친구에게 “수동 휠체어에 전기모터를 달아줄게”라고 말하고 3개월 만에 약속을 지켰다. 시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그에겐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수동 휠체어를 전동 휠체어로 바꿔주는 파워어시스트에는 ‘토도드라이브’란 이름 붙였다. ‘토도’는 스페인어로 ‘모두’란 뜻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파워어시스트 토도드라이브(5㎏)는 얼떨결에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21일 경기 시흥 소재 토도웍스 본사에서 만난 심 대표는 “장애아동의 이동장벽을 허무는 일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장애아동의 이동권 향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면 장애아동의 성격이 밝아지고, 그 아이를 바라보는 인식도 ‘도움이 필요한 존재’에서 ‘함께 하는 친구’로 바뀌게 됩니다. 장애아동과 같이 생활한 아이가 커서 건축가가 되면 휠체어 이동경로를 배려한 건물을 설계하게 되는 식으로 자연스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해소될 겁니다.” 심 대표가 장애아동의 이동권 향상을 위한 혁신 기술 개발에 나선 이유다.

그는 이동장벽을 허물기 위해선 “많은 이들이 써야 하고, 그러려면 가격이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6년 출시 후 현재까지 약 3,700개가 팔린 토도드라이브의 가격은 167만원. 400만~1,200만원까지 하는 국내외 다른 파워어시스트 제품(무게 20~30㎏)보다 저렴하다. 심 대표는 “소프트웨어 개발은 물론, 알루미늄 구매부터 공작, 조립 등 하드웨어 제작도 자체적으로 하기 때문에 원가를 많이 낮췄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보다 더 장애인을 잘 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장애아동, 장애아동을 둔 부모와 이어온 소통은 새로운 기술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 심 대표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어딜 가려면 늘 누군가를 불러야 하는 게 너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앱)으로 휠체어를 조종할 수 있는 무선조종 기능을 2017년부터 모든 제품에 탑재했다”고 말했다. 이동 중 휠체어가 전복되는 등 큰 충격을 받으면 곧바로 부모에게 메시지가 전송되는 위험감지시스템은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그는 “고가의 휠체어를 매번 바꾸는 게 쉽지 않아 장애아동을 큰 휠체어에 태우다보니 척추가 휘는 등 2차 장애를 겪는 이들이 많다”며 “성인이 되기 전까지 휠체어 크기를 계속 바꿀 수 있는 사이즈 조절용 휠체어도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도웍스는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최근 SK그룹이 주관하는 사회적 가치 민간축제 ‘소셜밸류커넥트(SOVAC)’ 가치열전 부문에서 1위에 꼽혔다. 고려대와 함께 한 ‘이동권 증진이 장애 아동의 삶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수동 휠체어에 파워어시스트를 장착한 아이들의 이동거리는 평균 74.7% 상승했고, 우울증은 31.6%에서 10.5%로 크게 줄었다.

심 대표는 “소셜벤처라면 수요가 적더라도 소수의 장애인에게 필요한 보조기구를 만들 용기가 필요하다”며 “토도드라이브의 해외 판로 확대로 거둔 이익을 다른 제품 개발에 재투자해 ‘배리어 프리(barrier free)’한 사회를 만드는데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배리어 프리는 고령자나 장애인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ㆍ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 보조기기의 97%를 수입하고 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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