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를 가만히 두면 안되나요

입력
2020.10.23 04:30
수정
2020.10.23 07:3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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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새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어땠어요?”

“BTS 노래 듣지 않으시던 엄마까지 엄청 좋아하세요.”

“정말이에요? ‘뷔’를 좋아하는 우리 딸은 곧 아미(ARMY)가 될 것 같아요.”

얼마 전 미국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미국인 대학원생과 나눈 대화다. 20대 후반의 그는 방탄소년단(BTS)의 ‘찐 팬’이다. 교환 학생으로 한국에 온 2013년부터 신인 그룹 BTS의 공연을 찾아 다녔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콘서트 보러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탔다. 심지어 그가 전공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도 BTS와 한국을 더 알고 싶어서였다.

2년 전 그를 처음 봤을 때 금방 가까워 진 것도, 얼굴도 모르는 미국 중년 여성(그의 어머니)과 한국의 초등학생(딸)을 이야기 중 불러 낼 수 있는 것도 BTS라는 공통 분모가 있기에 가능했다. 물론 나라ㆍ나이ㆍ성별을 뛰어넘는 BTS의 영향력이 그 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고.

며칠 사이 BTS를 열쇠말로 검색하면 나오는 뉴스는 다음과 같다.

①BTS가 리믹스 버전 작업에 참여한 ‘새비지 러브’가 빌보드 ‘핫100’ 1위에 올랐다(대중문화) ②미 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에 오른 양팀이 BTS를 앞세워 팬들의 관심을 끌려 했다(스포츠) ③BTS에게 병역 혜택을 줘야 하는 지를 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국방) ④BTS의 한국전쟁 관련 발언 때문에 중국에서 ‘보이콧 BTS’ 분위기가 강해졌다(국제) ⑤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곤두박질해 동학 개미들이 혼란에 빠졌다(경제)

지금까지 수 많은 인기 가수나 배우 중 관련 뉴스가 대중문화와 연예 분야를 벗어난 경우는 많지 않았다. 반면 BTS는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미디어에서도 다루는 다양한 영역의 뉴스 중심에 있다.

이 와중에 여당의 한 최고위원이 BTS에게 병역 특례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손흥민은 되는데 왜 BTS는 안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BTS 팬들은 병역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지 알기 때문에 함부로 “군대 보내지 말자”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런데 갑자기 여당 국회의원이 치고 나오는 바람에 팬들은 당황했다.

야당의 한 비상대책위원은 며칠 뒤 “(BTS가) 이용 가치가 있을 때는 앞다퉈 친한 척하다 곤란한 상황이 닥치니 청와대도 침묵하고, 군대까지 빼주자던 여당도 나서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부 중국 누리꾼들이 BTS가 한미 관계를 강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비난하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당을 공격하는데 BTS를 꺼내든 것. 한국은 물론 중국의 팬들은 BTS가 정치ㆍ외교적으로 휘말리지 않길 바라는 상황에서 나온 야당 인사의 발언에 크게 놀랐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BTS의 영향력에 기대 여론의 주목을 받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면서 “BTS를 좀 가만히 두면 안되느냐”고 호소했다. 평소 팬들은 혹시나 BTS에 작은 피해라도 갈까봐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신경 쓴다. 그런데 정치인을 포함해 일부 인사는 그러거나 말거나 눈앞의 이익을 위해 BTS를 이용하느라 바쁘다.

딸이 오랫동안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아빠로서 부탁한다. 사리사욕에 BTS를 흔들려는 이들은 참아달라. 그런 시도에 대해선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겠다는 다짐도 한다. 절대 내가 좋아해서 그런 건 아니다. BTS가 길을 열었다!(BTS paved the way!)



박상준 이슈365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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