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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전날 돌연 윤석열 저격한 秋... "사과 먼저 했어야"

입력
2020.10.21 16:5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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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권 수용 다행" 발언 하루 만에 또 강공 모드
장관 비판 여론 일자 '검찰개혁' 꺼내 선제공격
'할말 하는' 尹…22일 대검 국감서 작심 발언 주목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또다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저격하고 나섰다. 자신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윤 총장이 수용하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을 밝힌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장관의 빈번한 지휘권 행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했던 데다, 윤 총장이 국감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낼 수 있다는 관측이 일자 그 예봉을 꺾고자 ‘선제 공격’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2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총장은 ‘중상모략’이라고 화부터 내기 전에, 알았던 몰랐던 지휘관으로서 성찰과 사과를 먼저 말했어야 한다”며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전날 오후 그는 “검찰총장이 태세를 전환해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따른 건 당연한 조치”라고 했을 뿐, 그 이상의 공세적 언급을 내놓진 않았다. 그런데 이에 앞서 지난 18일 법무부가 ‘윤 총장이 라임 로비 수사를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표한 데 대한 대검의 입장에 담긴 문구(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를 문제 삼으며 다시 강공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추 장관은 “야당과 언론은 ‘사기꾼의 편지 한 통으로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했다’고 맹목적 비난을 하기 전에 국민을 기만한 대검을 먼저 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봉현(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된 4월 23일 이후 석 달 사이에 무려 66회나 불러서, 여권 정치인에 대해 캐묻고 회유하는 조사를 검찰이 반복했고, 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피의사실이 언론을 통해 마구 흘러나왔다”고도 했다.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법조계의 비판, 언론의 부정적 보도가 이어지자 ‘검찰개혁’과 ‘검언유착’ 프레임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라임 로비 수사와 관련, 야당 정치인 윤모씨 의혹의 보고 라인에 당시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장(심재철 현 법무부 검찰국장)이 배제된 것도 지적했다. 추 장관은 “야권 정치인과 검사들에 대한 향응 제공 진술이 있었으나, (서울남부)지검장은 총장에게 대면보고에 그쳤고,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했다”며 “법무부와 대검 반부패수사부에는 보고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는 범죄첩보 단계였다’ ‘수사보안상 필요했을 수 있다’ 등 검찰의 해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을 통해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앞으로는 현역 정치인이 법무부장관에 임명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지게 됐다”며 “총장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의 눈과 귀는 이제 22일 대검 국정감사로 쏠리고 있다. 사실상 추 장관이 여권을 향해 대검 국감 질의 방향을 주문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할 말은 하는’ 스타일로 유명한 윤 총장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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