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월성 1호기 운명은?…재가동 가능하다지만, 폐로가 현실적

입력
2020.10.20 14:36
수정
2020.10.20 15:15
구독

전문가들 “향후 10년 충분히 가동 가능”?
법적으론 영구정지 앞둬 해체계획 준비 중?
다시 돌리려면 설비 재정비, 안전조치 필요?
한수원 허가, 원안위 심의 절차 반복해야?
발전용량 적어…해체 산업 육성에 활용

20일 오전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월성 1호기(오른쪽)가 감사원의 조기폐쇄 타당성에 대한 감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포항=뉴스1

20일 오전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월성 1호기(오른쪽)가 감사원의 조기폐쇄 타당성에 대한 감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포항=뉴스1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과거 수명연장을 허가 받았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해 영구정지로 방향을 바꿨다는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로 확인됨에 따라 향후 월성 1호기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공학적, 기술적으로 향후 10년은 충분히 다시 가동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월성 1호기를 다시 가동하려면 추가 비용과 행정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현실성은 떨어진다.

월성 1호기는 지난 2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이 끝나면서 가동이 정지됐다. 그 전에 한수원이 2022년 11월까지 10년 더 운전하겠다고 수명연장을 신청했는데, 심사가 늦어지면서 계속 멈춰 서 있었다. 2015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수명연장을 허가했으나, 석 달 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한수원은 돌연 계획을 바꿔 2019년 2월 영구정지 허가를 신청했다. 수명연장 심사를 4년 넘게 끌었던 원안위는 10개월 만에 영구정지 허가를 내줬다.

이에 월성 1호기는 현재 영구정지와 폐로(원자로 폐기)를 앞둔 상태다. 한수원은 이를 이행하기 위한 해체계획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이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영구정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췄다고 결론 내린 만큼 한수원으로선 폐로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입장이 됐다.

월성 1호기는 약 8년동안 멈춰 있었고, 그만큼 노후화했다. 하지만 원자력 전문가들은 원전의 기능은 단순히 완공부터 현재까지 시간으로 따지는 게 아니라 실제 운영한 시간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월성 1호기는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37년이 넘었지만, 실제 가동 기간은 30년이다. 겉으로 보이는 콘크리트 건물은 낡았을 지 몰라도 핵연료와 가까운 내부 핵심 부품과 구조물에 이상이 없다면 얼마든지 가동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2009~11년 주요 설비들을 교체했다. 따라서 설비를 재정비하고 연료를 다시 주입하면 6개월~1년 안에 재가동 가능한 상태가 될 것으로 원자력계는 예상하고 있다. 방인철 울산과학기술원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월성 1호기와 같은 유형의 원전들 다수가 북미에서 30년 넘게 가동되고 있다”며 “최신 안전 조치를 보완하면 공학적으로는 10년 더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월성 1호기에 대해 법적으론 이미 영구정지 결정이 났다는 점이다. 과거 수명연장 허가 받은 기간을 적용한다 해도 가동 가능한 시간은 약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 짧은 기간 운영을 위해 설비 재정비 등 추가 조치에 들어갈 경우 ‘경제성’ 확보는 어려울 수 있다. 더구나 과거 수명연장 허가 절차가 위법하다는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이 2017년 2월 나오기도 했다. 결국 원래 계획대로 10년 더 가동하려면 한수원이 다시 허가를 신청하고 원안위의 심사 절차도 반복해야 한다.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와서 굳이 월성 1호기를 다시 돌릴 필요가 있겠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월성 1호기 설비용량은 67만9,000킬로와트(KW)로,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용량의 약 0.6%에 불과하다. 전력 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고리 1호기에 이은 영구정지 원전으로 삼고 폐로 기술과 해체 산업을 육성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체 산업 활성화에는 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폐로 원전이 꼭 필요하다.

감사원은 이날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고 발표하면서도 폐쇄(영구정지) 타당성에 대해선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당분간 월성 1호기를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와 산업계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소형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