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참여 재건축에 '관심' 15개 단지 보니...36세대 꼬마 아파트도

입력
2020.10.20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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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년 내 5만 가구 공급' 계획 차질 불가피
?60% 차지 은마ㆍ잠실5단지 '사업 반대' 움직임
15곳 절반이 사업준비단계... '공급까지 시간 걸려'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사전 컨설팅에 신청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모습. 연합뉴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사전 컨설팅에 신청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모습. 연합뉴


폭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 등 모두 15개 단지가 사전컨설팅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정책이 탄력받기 시작했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이 둘과 동대문구 미주아파트(1,089세대)를 제외하면 36세대 규모의 맨션을 포함, 대부분 중소 단지로 확인됐다. 공공재건축을 통해 공급주택 45%를 채울 것이라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15곳 중 절반가량이 조합설립인가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어서 공급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8ㆍ4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공공재건축을 통해 ‘물량’과 ‘조기공급’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시의 ‘공공재건축 사전 컨설팅 신청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업성 검토 차원에서 공공재건축 사전 컨설팅을 신청한 서울 내 단지는 모두 15곳으로, 전체 1만3,943세대에 이른다.

이 현황에 따르면 은마, 잠실주공5단지가 15곳 전체 세대수의 60%(8,354세대)를 차지한다. 이어 1,089세대 규모의 동대문구의 미주아파트와 영등포구 신길우성2차(725세대), 성동구 세림아파트(811세대), 용산구 한강맨션(660세대)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하면 모두 500가구 미만의 소형 단지들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 추진에 애를 먹던 36세대 규모의 마포구 신덕맨션도 포함됐다.

서울시 공공재건축 사전 컨설팅 신청 현황. 강준구 기자

서울시 공공재건축 사전 컨설팅 신청 현황. 강준구 기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공공재건축 혜택을 볼 수 있는 중ㆍ소규모 단지가 주로 신청했다”며 “주택공급에 효과가 큰 대단지 재건축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그간 구체적인 사전컨설팅 신청 단지에 대해 함구했다. 정부는 이 정책을 통해 ‘5년 내 5만호 공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사업성 검토 차원에서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 신청을 낸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는 최근 주민들 사이에서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어 이번 사업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공공재건축은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에서 50층으로 올리고 용적률을 300∼500%까지 높여 재건축단지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8ㆍ4대책의 핵심이다. 그러나 늘어난 용적률의 50∼70%를 공공주택으로 기부채납해야 해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5개 단지 중 6곳이 재건축 사업준비단계에 머물러 있는 점도 정부의 장밋빛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종로구 금강하이츠빌라(252세대)는 추진위원회 준비단계이고, 성동구 세림아파트(811세대)는 이제야 안전진단을 마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인허가 절차를 지원한다고 했으나 주민 동의를 구하는 여러 단계가 남아 있어 사업 자체가 언제든 좌초될 수 있다”며 “정책 결과를 낙관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11월 중 사업성을 평가한 사전 컨설팅 결과를 해당 단지에 통보한 뒤 늦어도 내년 1월까지 선도 사업장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심 교수는 “중ㆍ소규모 단지에서 선도 사업장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상징성이 낮기 때문에 서울 재건축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힘들고, 그로 인해 5년 내 5만가구 공급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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