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형부ㆍ나경원 아들까지...국감은 '가족 특혜 청문회'

입력
2020.10.18 19:00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엄마 된 입장에서 아픈 아들의 병가ㆍ휴가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야 했지만, 집권여당 대표라는 무거운 자리 때문에 보좌관에게 부탁했던 것 같다.” (10일ㆍ추미애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정치인이기 전에 엄마인 저는 그저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현직 의원 신분으로 보좌관을 시켜서 무리한 부탁을 관철시킨 것도 아니었다.” (16일ㆍ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2020년 국정감사가 유력 정치인의 아들로 시작해 또 다른 정치인의 아들로 흘러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을 국감 주요 승부처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아들의 서울대 연구 특혜 의혹 등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려 반격에 나섰다.

국회가 1년에 한 번 정부의 '국정'을 '감사'한다는 취지는 잊히고, 정치인 가족 청문회로 변질된 것이다. 청문회의 핵심 기준은 '공정'. '공직자 가족이 부당 특혜를 누렸는지, 아닌지'를 놓고 여야가 국감장에서 드잡이를 하고 있다.

전직 의원 아들 의혹까지 국감장에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아들 의혹은 22일 열리는 서울대 국감에 등장할 예정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14일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 결정문’ 자료를 공개했다. 나 전 의원 아들이 고등학생 시절 서울대 의대 학술 연구 포스터에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 '부당 등재'이고, 나 전 의원의 '청탁'으로 아들이 서울대 의대 의공학 연구실에서 연구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게 서 의원 주장이다. 나 전 의원은 부당한 의혹 제기라고 반박했다.

국감장에 나 전 의원을 돌연 소환하는 이유에 대해 서 의원실 관계자는 18일 "오래 전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서울대가 명확하게 밝힌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추미애 장관의 '엄마 찬스' 이슈에 대한 맞불 격으로 나 전 의원을 불러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아들 청탁 의혹을 제기한 2014년에 자신이 "의원직을 사퇴한 지 30개월이 된 끈 떨어진 사람이었다"는 것을 반박 논리로 들었다. 민주당은 이 대목을 놓치지 않았다. 김한규 민주당 법률대변인은 “엄마의 마음으로 엄마의 역할을 해 주기 위해 부탁한 행위와 ‘엄마 찬스’는 어떻게 다른가”라고 꼬집었다.


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기소된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지난달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원조 ‘엄마찬스’...상임위마다 ‘추미애’

국민의힘은 국감 시작 전부터 추 장관을 별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감을 앞두고 “편향된 수사의 실체 국민들에게 알리고 여기에 관여한 검찰 관계자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경고했다. 서울동부지검이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에 추 장관 이슈가 걸린 법제사법위와 국방위는 증인 채택 국감 내내 파행으로 얼룩졌다. 정무위의 국민권익위 국감에서도 추 장관 아들 의혹을 제보한 당직사병이 신변보호 대상인지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추 장관이 호명됐다.

추 장관의 형부까지 소환됐다. 국토위에선 추 장관 형부가 버스공제조합 이사장직을 맡은 것이 도마에 올랐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사장 취임 과정에서 별도 공모 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2018년 여당 대표였던 추 장관의 ‘빽’을 이용한 인사일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직자 검증은 책무 vs 국감 논지 흐리기

'가족 국감'에 대한 평은 엇갈린다. 권력자 가족이 부당하게 누린 특혜를 따지는 것은 국감장이든 어디서든 당연하다는 시각과 국감의 취지를 흐린다는 반론이 부딪힌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추 장관과 나 전 의원 등 논란을 일으킨 정치인들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사과를 하지 못한 게 근본 원인”이라며 “그럼에도 가족 문제를 국감까지 끌고 나오는 것은 국력 낭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치인들에게 경각심을 준다는 것이 '가족 국감'에서 그나마 찾을 수 있는 의의"라고 덧붙였다.

양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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