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주 남짓 지나면 미국의 대통령이 뽑힌다. 대통령 탄핵과 부결, 코로나19, 조지 플로이드 사망,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 지명,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까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이에 지난 1년간의 대선 레이스를 돌아보고, 마지막 관전 포인트를 짚어볼 시점이 된 듯하다.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2016년 지지 세력의 재결집’이었다.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들은 어차피 민주당 후보를 뽑지 않을 것이니, 특정지역에 거주하는 저학력 저소득층 백인을 타깃으로 했다. 재선에 성공할 경우 선보일 새로운 비전이나 정책은 크게 없었다. 지난 4년간 했던 그대로 ‘위대한 미국’을 쭉 만들어 나가자는 계획만 있었다. 트럼프 지지자의 입장에서는 주위의 ‘비난’과 ‘압력’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는 지도자로 보일 것이지만, 중도층으로의 확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선거 전략은 ‘2016년 실패의 교정’이라고 하겠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였지만 지난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투표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핵심이다. 첫째,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의 흑인 및 소수인종이 2008년과 2012년 오바마를 뽑았을 때 정도까지 투표율을 올리고자 했다. 이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흑인 차별 이슈와 건강보험 이슈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둘째, 샌더스와 워런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내부의 진보 세력과 단합을 확고히 하고자 했다. ‘트럼프를 몰아내는’ 지상의 목표를 설정했으며, 샌더스의 주요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흡수했다.
요약하자면 2020년 이번 대선은 2016년의 틀 속에 갇혀 있는 선거였다. 다만, 두 가지가 주목할 만하다. 첫째,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흑인 차별 이슈이다. 5, 6월 정도만 하더라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바이든도 흑인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것 이외의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과 질서’라는 공화당의 오랜 슬로건을 들고 나온 트럼프는 이 이슈로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면서 8월 말 9월 초에 전세를 뒤집을 정도로 치고 올라왔었다.
둘째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슈이다. 3월 중순 코로나로 경제가 올스톱 하고 주가가 폭락했을 때 정도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고, 그 이후 코로나에 대한 대처를 두고는 양당의 지지자들이 입장 차이를 더욱 분명하게 했었다. 오히려 트럼프 지지자들은 경제 재개를 주장하면서 그 세를 더 확장했다. 그러다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유의미하게 떨어졌다. 특히, 확진 판정 자체보다는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보여준 조심스럽지 못한 태도가 20만명을 훌쩍 넘긴 사망자 숫자와 대비되면서 격전지의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들을 실망시켰다. 그리고, 위스콘신과 미시간에서 바이든 후보는 8~10%포인트로 그 격차를 늘렸다.
특이한 점은, 아이로니컬하게도 흑인 차별 이슈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대처 방식 모두 역효과가 더 거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전쟁의 장소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서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로 이동했다. 트럼프가 이길 확률이 높았던 플로리다가 최대 격전지로 최근 바뀌면서, 북쪽 3개주의 백인들을 주로 공략하던 공화당의 전략에 큰 위기가 왔다. 코로나에서 회복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플로리다로 날아가 지지 세력을 다시금 결집시키려 했지만 성공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러는 와중에 많은 주에서 사전투표와 우편투표가 시작되고 있다. 이미 유권자의 15% 이상이 사전투표를 끝냈고, 우편투표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이 50%를 훌쩍 넘기며 역대 최고가 될 전망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워싱턴 포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가 공화당 지지자의 2배 정도 되며, 이들의 20% 정도가 이전에 투표를 안 했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의 추세는 민주당에 유리해 보인다.
2016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열정’과 ‘의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 재결집 전략을 끝까지 저지할 수 있을지 선거 당일까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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