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3-MCPD(3-클로로프로판올)가 논란이 되었다. 닭발 막창 등 직화구이 식품은 물론, 떡볶이 볶음밥 덮밥 등 즉석식품류에서 검출된 것이 확인된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은 직화제품의 11개 중 8개나 간장의 관리 기준치(0.1㎎/㎏)를 초과하고, 기준치의 여섯 배가 넘는 제품도 있었는데 이들의 관리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다고 질타한 것이다.
3-MCPD의 논란이 시작된 것은 벌써 40년 전이다. 3-MCPD는 생각보다 아주 단순한 물질로 지방에서 분해된 글리세롤과 소금에서 분해된 염소이온과 결합해 만들어진다. 그러니 지방과 소금이 같이 들어 있는 식품을 가열 등의 방법으로 제조하면 언제든지 극소량은 생길 수 있다. 다행히 독성은 그리 높지 않고, 우리 몸에 빠르게 흡수되나 그만큼 빠르게 배출되고 축적성은 전혀 없다.
문제는 발암성 여부인데 3-MCPD가 발암가능성 물질(2군B)로 의심받는 것은 쥐 실험의 결과 때문이다. 포유동물에 유전독성은 없지만 신장(콩팥)암의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실험쥐에게 매일 우리의 하루 섭취 허용치의 최대 1만배 정도를 먹인 결과 대조군보다 체중이 감소했고, 쇠약함과 웅크린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암수 모두에서 관찰된 것이다. 그리고 만성적인 신장병 증상에 나타나고 이어 2차적 증상으로 신장 종양이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식약처는 3-MCPD를 위험물로 관리하면서 꾸준히 추적 조사하지만 우리까지 그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동물 실험에서 독성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양의 100분의 1을 안전기준으로 삼아 관리하는데, 그 양이 몸무게 1㎏당 2.7㎍(1,000분의 1g)이다. 매일 그 정도 양에 노출되어도(간장으로 치면 1ℓ 간장을 매일 800병 이상 먹어야 노출되는 양)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충분히 안전하다고 판단한 양의 1.5~1.9% 정도에만 노출되고 있고, 심지어 그 양이 3-MCPD를 가장 까다롭게 관리한다는 유럽보다 3~5배 적게 노출되고 있으니 소비자가 그것까지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사실 나는 3-MCPD가 인간에게 신장암을 일으킬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식약처의 연구보고서에 “3-MCPD는 일부는 그대로 배출되고, 일부는 이산화탄소로 제거되고, 일부가 옥살산으로 변환되어 배출되는데, 신장의 염증이 이 옥살산의 형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진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옥살산은 칼슘과 결합하여 요로 결석을 일으키는 주범인데, 설치류의 신장에는 인간과 달리 높은 pH와 고농도 인산칼슘이 있다. 그래서 옥살산이 많아지면 칼슘과 결합하여 요로결석이 만들어지기 훨씬 쉬운 환경이다. 우리는 매일 3-MCPD로 만들어질 수 있는 양보다 최소한 수십만 배의 옥살산을 채소를 통해 섭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3-MCPD가 인간에게도 결석을 일으켜 신장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신장암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일단은 동물실험의 결과에 따라 위험할 가능성이 있는 양의 5,000분의 1로 관리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어이가 없는 것은 올해 1월 식약처가 산분해간장과 혼합간장의 관리기준을 0.3㎎/㎏에서 0.02㎎, 15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내년까지는 0.1㎎, 내후년부터는 0.02㎎이 적용된다. 이 경우 최혜영 의원이 지적한 간편식 직화제품은 100% 불량식품이 되고, 기준치를 최대 34배 초과하는 불량 제품도 생기는 것이다. 함량기준이 그런 것이고 실제 섭취량까지 고려하면 수백 배~수천 배의 불량식품이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최 의원이 지적한 품목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식약처의 자료에 따르면 3-MCPD의 90% 이상은 침출차, 빵류, 김치, 발효유, 커피를 통해 노출되기 때문에 이들 품목에 간장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엄청나게 많은 제품들이 불량식품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식약처는 이런 것들에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기존에 가장 안전하게 잘 관리되던 간장에 대해 기준을 강화한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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