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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만 명씩... 김정은의 황당한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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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열병식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권력 핵심부와 행사에 동원된 군인 및 각계 대표들의 기념사진 촬영은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의 피날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의 숫자가 황당할 정도로 많다. 노동신문이 12일 공개한 기념사진은 총 3장. 사진 장당 적게는 4,000~5,000명에서 많게는 1만명 가까이 도열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기념촬영은 열병식이 열린 평양 김일성광장 주석단 앞과 그로부터 직선거리로 4㎞가량 떨어진 4ㆍ25문화회관 앞, 두 곳에서 진행됐다. 먼저, 주석단 발코니 중앙에 자리잡은 김 위원장 주변으로 고위 간부들이 섰고, 열병식에 참가한 군인들은 좌우 계단에 빼곡하게 도열했다. 김 위원장은 동일한 장소에서 두 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각각의 사진에 등장한 사람들의 숫자를 구역을 나눠 계산하는 방식으로 세어 보니 어림잡아 8,000~9,000명에 달했다. 이 많은 인원이 한 차례 사진을 찍고 난 후 같은 자리에서 두번째 촬영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한 장은 김일성광장에서 직선 거리로 4㎞가량 떨어진 4ㆍ25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촬영됐다. 김 위원장은 이 곳에서 지역 및 각계 대표들로 보이는 이들 4,000~5,000명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김 위원장은 당 창건 70주년을 맞은 지난 2015년에도 기념 행사 후 나흘이 지난 10월 14일 금수산태양궁전 앞 광장에서 경축 대표단과 함께 비슷한 규모로 기념촬영을 했다.
너무 많은 사람을 사진 한 장에 담다 보니 아무리 해상도 높은 촬영 장비를 동원한다 해도 각각의 얼굴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만 봐도, 회색 양복을 입고 중앙에 자리한 김 위원장의 존재만 겨우 확인할 수 있을뿐, 참가자들의 얼굴은 자신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뭉게져 있다.
북한은 왜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우악스러운' 규모의 기념사진을 반복해서 찍고 있을까. 그 해답은 최고지도자를 신격화하는 북한의 독특한 체제와 문화에 있다. 북한에서 '1호'라는 칭호는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삼부자와 직접 관련된 무언가를 뜻한다. 따라서 '1호 사진'은 삼부자가 등장한 사진을 말하는데, 이들 삼부자에 대한 신격화가 생활화한 북한 주민들은 그 사진마저도 신성시한다. 혹시라도 김씨 삼부자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있다면 대대손손 가보로 물려줄 만큼 귀하게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인민의 충성심을 확보하고, 체제 장악력을 높이는 데 1호 사진을 적극 활용해 왔다. 더 많은 이들이 1호 사진을 간직할 수 있도록 기념촬영의 규모도 점점 키웠다. 각종 기념행사를 마무리할 때마다 광장에 1천명 단위로 도열하게 한 뒤 김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수 차례 옮겨 다니며 포즈를 취하는 진풍경도 자주 벌어진다.
이와 같은 대규모 기념촬영을 위해 이동식 스탠드가 동원된다. 어림잡아 백 명 이내는 5단, 백 명 이상은 10단, 천 명이상은 15단 이상 규모의 스탠드가 설치되는데, 스텐드의 높이에 제한이 있다 보니 인원이 늘어날 수록 사진의 가로 길이가 길어진다.
그러나 한번에 수천 명 이상이 도열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사고 위험 또한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신형 전략무기를 대거 선보인 다음날 대규모 병력 및 주민들과 함께 또 다시 1호 사진을 찍는 사진정치를 이어갔다. 그러나 대북 제재와 수해 등으로 생활고가 극에 달한 주민들은 물론, 열병식 준비로 지친 병사들의 불만을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기념사진 한 장으로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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