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과의 전쟁 1년

입력
2020.10.06 04:30
25면
경기 포천시 창수면에 설치된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울타리를 점검하는 조명래 환경부장관. 환경부 제공

경기 포천시 창수면에 설치된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울타리를 점검하는 조명래 환경부장관. 환경부 제공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지 어느덧 1년을 지나고 있다. 그간 정부는 이 낯선 동물 질병의 확산 차단과 종식을 겨냥한 사실상의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ASF는 2019년 9월 16일 파주의 돼지 사육농가에서 처음 발생했다. 20여일 뒤인 10월 3일에는 멧돼지 폐사체에서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되었다. 참고로 집돼지는 농식품부가 담당한다면 야생멧돼지는 환경부가 맡고 있다. 환경부는 중국 발병이 보고된 이후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모의훈련을 하는 등 발생에 대비하고 있었다. 덕분에 최초 발생 직후부터 매뉴얼에 따라 양성 개체 발생 지점 주변에 울타리를 쳐서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해 왔다. 이렇게 해서 지금껏 설치한 차단 울타리의 총 연장이 1,000㎞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수색팀을 꾸려 감염 폐사체를 제거하고, 엽사들과 힘을 모아 멧돼지의 개체수도 줄여나가고 있다. 경기도 일부 지역의 경우 개체의 70% 이상이 제거된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지역 안팎을 오가는 사람, 차량 등에 대한 방역은 필수가 되었다. 남쪽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종 방어선으로 경기도와 강원도에 약 620㎞에 이르는 광역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대응들은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발생한 야생멧돼지 감염의 99%가 광역울타리 내였으며, 1~4월 하루 약 5건씩 발생하던 양성 건수가 6월부터 하루 1건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파주 지역에서는 지난 5월 이후 추가 발생이 없는 상태다. 사육 농가에서 ASF가 더는 발생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의 독창적이면서 적극적인 ASF 대응은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비무장지대와 산악 지형 특성으로 인해 야생 멧돼지의 ASF가 언제 종식될지 가늠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당장 멧돼지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을과 겨울철에 감염이 확산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화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남쪽으로 확산 기미도 보이고 있다.

ASF에 대한 ‘긴장의 끈’은 결코 놓을 수 없다. 긴 호흡의 대응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는 치밀한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해야 한다. 가령, 발생지의 지형과 여건을 분석하여 위험 구간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감염 역학, 생태 정보에 기반하여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울타리 관리원, 수색팀, 소독인력 등 800명이 넘는 현장 대응 인력을 발생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지자체와 지역 군부대 등 관계기관 간 협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남쪽으로 확산 가능성을 대비한 지역별 대응 시나리오도 마련해야 한다. 이 모두는 ASF의 조기종식을 위한 것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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