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경제가 한국 따라오려면... 33년 간 한국보다 8%씩 더 성장해야"

입력
2020.09.29 04:30
수정
2020.09.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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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

독일 통일 이후 동서독 경제성장률 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독일 통일 이후 동서독 경제성장률 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북한 경제를 남한의 80%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데는, 북한이 남한보다 매년 8%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도 33년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남북 통일 후 경제통합에 이르까지의 과정이 그만큼 험난하다는 의미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8일 발간한 ‘독일 통일 30년:경제통합의 성과와 과제’ 보고서에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2위인 남한과 117위인 북한이 독일 방식으로 통일을 이룬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경제 교류를 활성화해 북한이 최대한 빠르게 성장하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은 1990년 통일 당시 서독의 43%에 불과했던 동독의 경제력을 2018년에는 서독의 7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독일의 흡수통일이 가능했던 것은 서독 정부가 30년간 동서독간 경제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2조유로(약 2,729조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할 만한 경제력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독일의 통일에는 많은 대가가 따랐다. 유로존 전체 경제를 떠받치던 서독은 통일 직후인 1993년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독일의 경상수지는 1991년부터 2000년까지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일 비용 감당을 위한 정부 부채도 빠르게 증가하면서, 1991년 GDP 대비 40% 수준이었던 정부부채 비율이 2010년에는 80%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정 연구위원은 “정치ㆍ경제적 통합이 성숙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독일식 흡수통합을 논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독일식 통일은 우리에게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독일 방식의 통일 후유증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수렴’이 우선이지만 현재 남북간 경제력 격차는 통일 당시 동서독 사이의 격차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북한의 1인당 GDP는 1,800달러로 남한(3만1,430달러)의 5.7%에 불과하다. 만약 북한이 남한보다 매년 8% 더 성장한다고 가정할 경우 33년이 지나야 남한 1인당 GDP의 80%에 도달할 수 있다. 남한이 매년 2% 초반대 경제성장을 기록한다면 북한은 33년간 연 평균 10%가 넘는 성장세를 보여야 한다.

정 연구위원은 “결국 최선의 방법은 통일 이전에 남북한의 소득과 생활수준 격차를 줄이는 것 뿐”이라며 “북한으로 하여금 최대한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처럼 매년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협력하는 방안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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