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음주 단속 안 한다? "음복주 1잔도 단속 가능"

입력
2020.10.01 06:00
구독

을왕리 치킨배달부 사망 등 음주운전 사고 증가
"코로나19로 단속 느슨해졌다는 오인 탓"
경찰, 지난 18일부터 집중 단속
추석 명절 음복주 등 조심해야

부산진경찰서가 도로교통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주치상) 위반 혐의로 20대 운전자를 현행범 체포했다고 27일 밝혔다. 20대 운전자는 행인과 포장마차를 들이받은 후 도주하던 중 시민들에 의해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진경찰서가 도로교통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주치상) 위반 혐의로 20대 운전자를 현행범 체포했다고 27일 밝혔다. 20대 운전자는 행인과 포장마차를 들이받은 후 도주하던 중 시민들에 의해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제공


#1. 지난달 27일 새벽 4시27분 부산 진구 서면 인근 포장마차로 승용차 한대가 돌진했다. 승용차는 행인 2명과 충돌한 뒤 70m 가량을 도주하는 과정에서 포장마차 외곽 테이블에 앉아있던 8명을 연달아 들이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취소(0.08% 이상) 수준. 운전자는 사고 장소에서 120m 가량 떨어진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 후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운전자는 이날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2. 지난달 6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의 인도에 설치된 가로등에 승용차 한대가 충돌했다. 큰 충격에 가로등은 곧장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6살 아이를 덮쳤다. 해당 승용차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 역시 면허 취소 수준인 0.144%로, 지인과 점심에 술을 마신 뒤 귀가하는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살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운전자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험운전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됐다.

인천 을왕리 50대 치킨배달부 사망사고를 비롯해 최근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음주운전 단속이 느슨해졌을 것이라고 오인한 운전자들이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찰은 음주운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며 단속 강화에 나섰다.

올해 음주운전 사고 16.6% 증가..코로나로 단속 느슨해졌다?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1만1,266건으로 전년(9,659건)보다 16.6%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6월 음주 단속 기준과 음주 사망 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이 도입돼 경각심이 커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느슨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운전자들 사이에선 '코로나19로 음주 단속이 약화됐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 경찰은 올 초부터 선별 단속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5월부터 '비접촉 감지기'를 도입해 일제 검문식 음주운전 단속을 재개했다. 지난 18일부터는 전국 경찰서에서 매주 2회 이상 취약시간대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특히 상습 음주운전자와 동승자에 대해 엄중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음주운전 경력자가 음주 사고로 사망ㆍ중상해를 입혔거나, 최근 5년 이내 음주운전 경력이 다수인 운전자가 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우 운전자 구속과 함께 차량 압수도 추진한다. 또 운전자가 음주 후 운전할 것을 알고도 만류하지 않은 동승자를 공범으로 인지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차량 열쇠를 주거나 음주운전을 권유, 독려한 동승자에 대해 음주운전 방조 또는 음주 교통 사고의 공범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8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도로에서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경찰들이 비접촉 음주감지기를 활용해 음주 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수원=뉴스1

18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도로에서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경찰들이 비접촉 음주감지기를 활용해 음주 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수원=뉴스1


추석 이틀 전 음주 교통사고 ↑..."음복주 한 잔도 조심해야"

성묘와 가족 만남 등이 이뤄지는 추석 명절은 음주운전 사고에 취약한 기간이다. 경찰청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석 연휴 기간의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음주운전 사고는 하루 평균 56건 발생했다. 사상자는 하루 평균 109명이었다. 일자 별로는 연휴 전날(66건ㆍ 110명)이 가장 많고, 추석 다음 날(54건ㆍ111명), 추석 전날(54ㆍ100명) 순으로 나타났다. 오후 8시에서 새벽 2시에 음주운전 사고 38.4%가 몰렸다.

특히 음복주를 한 잔만 마신 운전자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 6월 윤창호법 도입으로 음주 단속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운전면허가 100일간 정지되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 면허취소 기준은 0.08% 이상이다. 혈중알코올농도 0.03%는 몸무게 65㎏인 성인이 20도 소주 1잔(50㎖)만 마셔도 나올 수 있는 수치다. 와인 1잔(70㎖ㆍ13도)이나 맥주 1캔(355㎖ㆍ4도)을 마셔도 비슷하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음주운전 사고 증가에 따라 지난 9월 18일부터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추진하고 있다"며 "추석 명절 기간에 운전자가 한 잔이라도 술을 마셨다면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지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