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이준기 "감당 못 할 것 같던 서스펜스 멜로, 배우 인생 전환점 됐죠"

입력
2020.09.29 07:00

차량 추격전도 대역 없이 소화해내는 '액션 장인' 배우 이준기는 tvN 드라마 '악의 꽃'에서 섬뜩한 서스펜스와 절절한 멜로까지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나무엑터스 제공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은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였어요."

28일 배우 이준기(38)는 tvN 드라마 '악의 꽃'의 도현수 역을 처음 접했을 때 받은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럴 법도 했다. '딸 바보', '아내 바보'로만 산 게 도현수였다. 형사인 아내 차지원(문채원)이 남편을 연쇄살인마로 의심하기 전까지는. 숨막히는 서스펜스에다 절절한 멜로를 얹은, 낯선 장르물이었다. 도현수는 이걸 떠받쳐내야 할 인물이었다. '악의 꽃'을 연출한 김철규PD 말처럼 "대단히 골치 아프고, 그렇기에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이준기도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작품을 "배우 인생의 전환점"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상대 배우 문채원과도 "잘만 하면 '서스펜스 멜로'라는 새로운 장르를 우리만의 독특한 감정선으로 그려낼 수 있겠다"는 얘기를 나눴다.

시청자 평가는 "이준기가 해냈다"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워낙 압도적인 긴장감 탓에 "매 회가 마지막회 같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섬세한 감정 연기도 살려냈다. 이준기도 바짝 긴장했다. 서스펜스만 부각되면 도현수가 "자칫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로만 보여질 수 있어서 작은 표현부터 리액션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집중했다"고 했다.

감정 연기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던, 대역 없이 제 몸을 던져 해내던 액션 연기도 줄였다. 물론 이번에도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매달리는 것 같은 어려운 장면에서도 몸을 사리진 않았다. 하지만 액션을 하더라도 화려하거나 거친 액션 그 자체보다 "얼만큼의 동선을 만들고 액션을 취해야 시청자들이 이 장면에서 나오는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출연을 망설였던 드라마 '악의 꽃'은 배우 이준기의 인생 작품이 됐다. 나무엑터스 제공


지난 23일 막을 내린 '악의 꽃'은 자체 최고 시청률이 7.3%에 그쳤다. 수작이란 평가에 비해 아쉬운 성적이다. 이준기 또한 아쉬운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모든 스태프가 작품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주신 마니아분들이 있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함께 한 배우들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범죄수사극 '크리미널 마인드(2017)' 이후 3년 만에 만난 문채원에 대해서는 "마지막엔 차지원을 떠올리기만 해도 먹먹해질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좋은 연기 합이었다"고 말했다. 도현수의 친구 김무진 역을 맡은 배우 서현우에 대해서도 "기대 이상으로 잘 맞아서 생각지도 않았던 브로맨스 장면들이 제법 나왔다"고 말했다.

출연을 결심하기 직전 '이 모든 것이 지금 나에게 다가온 운명과도 같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는 이준기. "이번 작품은 또 한번 저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었고, 인간 이준기를 한층 더 견고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요.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또 생각합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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