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보훈가점, 출생달로 줄세우기... 황당한 서울공공기관 채용

입력
2020.09.25 18:23
구독

13개 기관서 25건 채용 절차 문제점 발견??
서울시 감사위원회 적발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승강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승강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시 120다산콜센터재단에서 지난해 진행한 신입 상담직(6급) 채용과정에서 보훈 가점을 기준보다 100분의 1 낮게 받아 탈락한 지원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낸 '지방공공기관 채용실태 특별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0다산콜센터재단에 지원한 A씨는 10점의 보훈가점을 받아야 하는 보훈대상자인데, 0.1점의 가점밖에 받지 못해 떨어졌다. 10점의 보훈 가점을 재대로 받았다면 A씨는 82.67점으로 서류전형에 3등으로 합격, 충분히 다음 전형에 진출할 수 있는 지원자였다.

보훈가점 기준보다 0.01% 낮게 받아 탈락... 120다산콜센터재단 등 3곳 지적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1조 1~2항에 따르면 보훈 가점은 서류ㆍ필기전형과 면접전형 등 단계마다 모두 부여해야 하며, 대상자에 따라 전형별 만점의 5%나 10%의 가산점을 주개 돼 있다. 120다산콜센터재단의 잘못된 보훈 가점 적용으로 A씨가 취업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다. 다산콜센터재단은 시 감사위원회에 "A씨에 대한 구제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뒤늦게 시정 입장을 내놨다.

120다산콜센터재단처럼 시 산하 공공기관이 보훈 가점을 기준과 달리 제멋대로 줄이거나 늘려 불공정하게 채용 절차가 이뤄진 사례는 서울연구원 등에서 3건이 발생했다.

감사위원회가 지난해 12월9일부터 올해 2월20일까지 시 산하 33개 기관 채용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결과 13개 기관에서 25건의 채용 및 인사상 문제점이 발견됐다.

나이 같아 출생한 달에 밀린 순위... 서울교통공사 불공정 순위 산정으로 적발

황당하게 '연소자 순'으로 최종합격자를 가려 감사에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여름 신규 정규직 공개 채용에서 면접시험 후 동점자가 14명이 나오자 최종 합격자 순위를 연소자 순으로 정했다.

감사위원회는 "같은 나이일 경우 출생 월, 일의 차이로 합격 및 예비합격자 순위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동점자 14명 중 같은 연도 출생자가 4명이 나오자 출생한 월과 일이 늦는 순으로 합격자를 골랐다는 얘기다.

예비합격자 순위에도 연소자는 우대됐다. 예비합격자 108명 중 동점자가 5명이 나와 서울교통공사는 나이 어린 지원자를 더 높은 순위에 올렸다. 채용 관련 차별 사각지대여야 할 공공기관에서 오히려 나이로 역차별을 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시 감사위원회에 인사규정시행 내규 제16조 4항 '동점자 발생 시 취업 보호 대상자, 필기시험 고득점자, 연소자 순으로 결정한다'는 내규를 따랐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고용상의 차별행위 금지 조례 제2조에 명시된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및 국가, 용모 등으로 특정 사람을 우대하거나 불리하게 하면 안 된다'는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사 관련 내규를 집행해온 것이다.

결국, 서울교통공사는 차별적인 내용을 담은 인사 내규를 뜯어 고쳤다. 서울교통공사관계자는 이날 "동점자 발생 시 선발 기준 3개 중 연소자 관련 기준을 삭제했다"며 "올해부터 바뀐 기준으로 채용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