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공무원 A씨는 누구? 정부, 동료들 "월북 낌새 없었다"

입력
2020.09.24 18:36
수정
2020.09.2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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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스1

사진은 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스1

북측에 피격된 것으로 알려진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A(47)씨의 그간 행적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주변 동료 등의 설명에 따르면, A씨가 평소 월북 의사를 갖고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과도한 채무 등 개인적인 어려움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24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8급 해양수산서기 A씨는 2012년 임용된 뒤 8년 간 서해어업관리단에서 일했다. 어업관리단은 한국 어선의 안전 조업을 지도하고 불법 어업 등을 감시하는 업무를 맡는다. 서해어업관리단에 속해 A씨는 그동안 수 차례 연평도 인근에서 어업관리 업무를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실종된 21일에도 무궁화 10호를 타고 동료 15명과 함께 근무했다. 그는 당일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2인 1조로 당직 근무를 선 뒤, 점심 시간까지 휴식을 취할 차례였다. 하지만 점심 시간에도 A씨가 나타나지 않자 승선원들은 오전 11시30분쯤 실종 가능성을 인지했고, 낮 12시50분쯤 해경에 실종 사실을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어업지도선 우측 선미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슬리퍼가 발견돼 "자진 월북했다"는 추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A씨가 평소 주변에 월북 관련 의사를 내비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한 직원은 "동료들 모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며 "월북 등과 관련해 특이점은 감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엄기두 해수부 수산정책실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자진 월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국방부 입장과 같다"면서도 "월북과 관련된 동료들 증언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종 9일 전인 지난 12일 영화 관련 영상을 올렸다. 지인들과 소소한 일상을 자주 공유했으며, 아들과 딸 사진도 유독 많이 올렸다. 업무 고충이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은 없었다. 오히려 연평도에서 태극기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게시하는 등 애국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A씨가 채무 등 개인적 사정이 있었다는 사실은 파악됐다. 신동삼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월북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로 '평소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서해어업관리단 한 직원은 "동료들에게 300만~500만원씩 빌린 돈이 2,600만원에 이르고 사채 빚도 1억원가량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A씨는 4개월 전 이혼하고 목포의 직원 숙소에서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 손영하 기자
이환직 기자
박경우 기자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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