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에서 연구비 쓴 고대 교수들

입력
2020.09.24 16:56
수정
2020.09.2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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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고려중앙학원 및 고려대 종합감사 결과
고려대 의료원은 출신대 서열화해?
직원 선발자녀가 부모 강의 듣고 성적 받는 것 용인

고려대가 출신학교를 서열화한 뒤 이에 근거해 직원을 채용하고, 학생인 자녀가 부모의 강의를 듣는 것을 용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교수들은 유흥주점에서 연구비를 수백 회에 걸쳐 쓰고 용처를 속인 사실이 적발됐다. 체육특기자를 부당한 방법으로 선발한 사실도 드러났다.

교육부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및 고려대학교 종합감사 결과 이런 내용을 포함해 총 38건의 지적사항을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개교 이래 처음으로 진행된 교육부의 종합감사에서 고려대는 입시ㆍ학사ㆍ채용ㆍ회계 등에서 갖가지 부정이 적발됐다. 유형별로는 △학교법인 1건 △ 조직ㆍ인사 9건 △교비회계 5건 △입시ㆍ학사 14건 △시설ㆍ물품 4건 △산단회계 4건 △부속병원 1건 등이다.

지난 7월 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중앙광장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2020학년도 1학기 등록금반환운동 TF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가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중앙광장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2020학년도 1학기 등록금반환운동 TF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가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고려대 의료원은 2016년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A학원에서 발행한 ‘2016년 수능배치표’상 각 대학의 관련학과 점수를 기준으로 ‘대학순위표’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원자 694명에 대해 5개 등급의 차등점수를 부여했다. 2018년 공채에서는 평가요소 중 출신대학의 비중을 더욱 확대하고 등급별 가중치도 높였다. 대학별로 줄을 세워 앞선 대학 출신에 가산점을 줬다는 얘기다.

대학 내 채용과정에서도 팔은 안으로 굽었다. B학과는 전임교원 채용 시 B학과 학부를 졸업한 지원자를 90% 이상 채용했다. C학과는 전임교원 채용 시 지원자의 석ㆍ박사 지도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 제자들을 우선 선발한 불공정 채용이다.

고려대는 또 교수가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고 성적을 주는 강의를 용인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의 ‘교수-자녀 간 수강 및 성적 평가 공정성 제고 관련 권고사항’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교육부는 2018년 각 대학에 자녀가 수강하는 강의를 담당한 교수는 반드시 대학 본부에 사전에 신고하고, 성적산출 근거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고려대는 자체 조사 결과 교수-자녀 간 수강이 공정성을 저해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관련 규정을 신설하거나 알리지 않았다. 더욱이 대학원 B 학과의 교수가 2018년 자신의 강의를 수강한 자녀의 시험지를 분실한 걸 확인했음에도 넘어가는 등 문제가 있는 4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입시과정에서도 부적절한 사례가 발견됐다. 고려대는 2018~2020학년도에 럭비 등 5개 종목의 1단계 서류평가에서 3배수 내외를 선발한다고 했으나, 실제로 4~5.5배수를 선발했다. 이에 따라 애초에 걸러졌어야 할 42명이 서류평가를 통과했고, 이 중 5명이 최종합격했다. 하지만 3배수 내외에 해당하는 수험생은 불합격했다. 누군가를 합격시키려 다른 학생을 떨어뜨린 셈이다.

교수들은 유흥업소에서 연구비를 펑펑 써댄 것으로 드러났다. C학과의 D교수 등 13명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강남구 소재의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를 221차례에 걸쳐 6,693만원을 사용했다. 이를 숨기려 유흥업소를 ‘서양음식점’으로 위장 신고하기도 했다. D교수는 교내 연구비 2,625만원도 같은 유흥주점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번 종합감사를 통해 24명에 대해 중징계, 35명은 경징계, 252명은 경고 및 주의조치 하고 1억8,302만원을 회수했다. 특히 유흥업소에서 연구비를 유용한 교수 11명에 대해서는 해임, 파면, 정직 등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 및 경고, 회수조치를 내렸다. 체육특기자 선발과정과 대학원 입학전형 자료 미비 등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했다.

세종=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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