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재 채용' 압박 과했나… 국민은행, 서류전형에 과도한 조건 요구 '채용갑질' 논란

입력
2020.09.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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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채용사이트 캡처

국민은행 채용사이트 캡처

KB국민은행이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 까다로운 과제와 자격을 요구해 취업 준비생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은행 측은 ‘채용 갑질’ 논란이 번지자, 하루만에 채용공고 내용 수정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지난 22일 오후 홈페이지에 채용공고를 올리고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공개된 서류전형 요건은 취준생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응시자는 개인별 지원서, 자기소개서와 함께 3∼5페이지 분량의 디지털 사전과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제는 국민은행 디지털 금융 애플리케이션(KB스타뱅킹, 리브, KB마이머니)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고 문제점이나 제안사항 등을 담아 일종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은행은 또 최소 24시간짜리 온라인 디지털 교육과정(TOPCIT)도 의무적으로 이수할 것을 요구했다. 하루에 8시간씩 들어도 3일이 걸리는 셈이다. 이밖에 지원자들은 인공지능(AI) 면접도 치러야 한다.

‘디지털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절차’라는 게 국민은행의 설명이지만, 취업준비생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IT 전문가도 아니고 일반 은행원을 뽑는데 너무 벅찬 IT 자격 조건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서류전형을 통과한 응시자에게만 필기시험 자격을 준다는 점도 '은행의 채용갑질' 근거로 지적됐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은행은 23일 홈페이지에서 공고를 내리고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국민은행 홈페이지 채용공고를 클릭하면 “채용계획에 변동사항이 있어, 잠시 채용 홈페이지 이용이 중단됩니다”라는 내용의 팝업 창이 뜬다.

은행 관계자는 “취업준비생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을 반영, 디지털 사전과제를 필기시험 합격자들에게만 받고 온라인 디지털 교육과정(TOPCIT) 이수도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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