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탈당에 한숨 돌린 국민의힘... 진상조사 약속은?

입력
2020.09.23 20:30
1면
구독

가족 기업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특혜 수주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가족 기업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특혜 수주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가족 명의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한 의혹이 불거진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탈당을 전격 선언했다. 결백을 주장했지만, 예고 없는 탈당 배경을 놓고 여러 관측이 제기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을 비롯해 이스타항공 사태 책임론에 휩싸인 이상직 의원 문제 등 여권발 악재 속에 일단 당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 동안 불거진 의혹은 제 개인과 관련된 의혹이기에 진실을 규명하면서도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당적을 내려놓는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자신을 향한 의혹에 대해선 재차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건설업계 현장의 고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 국토위원회에 있었다”며 “직위를 이용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은 결단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정권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저를 희생양 삼아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면서 국민의힘은 직접적인 부담에서는 다소 벗어날 수 있는 분위기다. 박 의원 의혹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당은 최근 자체적인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안을 접근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 쇄신에 이미 드라이브가 걸린 상황에서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박 의원이 무소속 신분이 되면서 당 차원의 조사 자체가 없던 일이 된 분위기다. 다만 박 의원은 “당 지도부와 조율된 결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당 내부의 비판과 우려가 컸던 것도 탈당 배경으로 꼽힌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이 건설회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충돌에 관련된 부서에는 가능하면 안 가는 게 맞았다”면서 “정치적이나 도덕적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제는 이해충돌 소지가 분명한데도 관련 상임위 맡았다는 것”이라며 “주식 백지신탁 만으로는 허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여당은 꼼수 대처라고 비판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의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 수사를 받기 바란다”며 “국민의힘 지도부는 박 의원에 대한 징계와 처벌이 아닌 탈당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