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인맥으로 합격증 내준 美 대학들

입력
2020.09.2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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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계열 대학 4곳서 64건 부정입학 적발
체육 특기자 자격 입학했지만 능력 없고
대학 전 고위 임원의 베이비시터도 합격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문.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문.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캘리포니아대(UC)가 지난 6년간 부정 입학 64건을 묵인한 정황이 드러났다. 대학 고위 관계자와 관련이 있거나 고액 후원을 약속한 지원자들을 입학사정 과정에서 우대했다는 얘기다. 대학 자체 감사에서 적발된 부정 사례보다 수십 배 많은 불법이 확인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캘리포니아주(州) 감사당국을 인용, 2013~2018년 UC계열 버클리, 로스앤젤레스, 산타바바라, 샌디에이고 등 4개 캠퍼스에서 불합격자보다 평가 점수가 낮은 지원자 64명이 입학한 사례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UC 측은 앞서 소속 9개 캠퍼스를 대상으로 한 내부 감사를 통해 부정 의심 입학 사례 2건을 찾아냈다고 발표했지만, 주 당국 감사에서 30배가 넘는 불법 정황이 공개된 것이다.

대부분의 적발 사례는 백인 학생이었으며 절반 이상이 연소득 15만달러(1억7,000만원)가 넘는 부유층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22명은 운동 재능과 역량이 떨어지는데도 체육특기자 자격으로 대학에 들어 갔다. LAT는 “UC버클리에 입학한 한 운동선수 학생의 가족은 수천달러를 팀에 기부했다”고 전했다. 인맥에 의해 합격한 경우도 많았다. 대학 입학처 전 고위직의 베이비시터가 입학한 사례도 있었고, 대학 평의원의 친구 가족 및 유명 동문 자녀도 ‘인맥 찬스’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엘레인 하울 주 감사관은 개빈 뉴섬 주지사와 주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UC) 대학은 입학 절차의 공정성과 진실성을 훼손하고 더 많은 자격을 갖춘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했다”고 비판했다. 마이클 드레이크 UC 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입학 절차의) 진실성을 위험하게 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대응할 것”이라며 연루자들을 엄중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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