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만든 워너브러더스 한국 영화 제작ㆍ투자 철수 수순

입력
2020.09.23 09:30
수정
2020.09.23 15:1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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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가 첫 제작 투자한 한국 영화 '밀정'(2016)은 750만 관객을 모아 충무로에서 화제가 됐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워너브러더스가 첫 제작 투자한 한국 영화 '밀정'(2016)은 750만 관객을 모아 충무로에서 화제가 됐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밀정’(2016)과 ‘마녀’(2018) 등을 만들며 한때 충무로의 강자로 부상했던 할리우드 영화사 워너브러더스가 한국 영화 제작ㆍ투자 사업에서 손을 뗀다. 실적 부진에다 코로나19 사태, 본사의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사업 집중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3일 영화계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는 한국 영화 제작ㆍ투자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올 연말까지 마무리되리란 예측이 나온다.

워너브러더스는 김지운 감독의 2016년 개봉작 ‘밀정‘에 투자하며 한국 영화 제작ㆍ투자에 뛰어들었다. 세계 5,6위권인 한국 영화 시장 규모와 우수 한국 영화의 판권 확보를 감안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오랜 할리우드 라이벌 20세기폭스가 ‘런닝맨’(2012)과 ‘슬로우 비디오’(2013) 등에 투자한 데 이은 결정이었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밀정’은 750만 관객을 모았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이었다. 중저예산 영화 ‘마녀’(2018)가 318만 관객을 모았으나, ‘싱글라이더’와 ‘브이아이피’(2017)는 흥행에 실패했다. 230억원이 들어간 ‘인랑’(2018) 등 이후 작품들도 줄줄이 쓴맛을 봤다.

이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워너브러더스의 모회사 워너미디어도 지난 5월 출범시킨 OTT서비스 HBO맥스에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OTT로 동영상 시장이 급격히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영화 제작ㆍ투자 철수를 서두르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워너브러더스가 물러남에 따라 충무로의 할리우드 시대도 저물게 됐다. 앞서 20세기폭스는 2017년 본사가 월트디즈니와 합병하면서 한국 영화 제작ㆍ투자 사업을 중단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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