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서 인생 연기 펼친 신민아 "나도 기다렸던 새로운 얼굴"

입력
2020.09.22 09:30
수정
2020.09.22 17:0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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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바'에서 다이빙 선수 이영 역을 연기한 배우 신민아.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 제공

영화 '디바'에서 다이빙 선수 이영 역을 연기한 배우 신민아.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 제공


“내 살점 같은 작품.”

배우 신민아(36)는 23일 개봉하는 자신의 영화 ‘디바’를 이렇게 표현했다. 영화를 보면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거의 모든 장면에서 신민아가 등장하는데 이야기 전개에 따라 심리 상태의 진폭이 커서 1인 2역을 연기한 듯한 착각을 안긴다. 작품 전체를 짊어지고 가야 하는 입장에서 이 작품은 그에게 ‘살점’ 이상의 의미를 지닐 만하다.

‘디바’는 절친 사이인 두 다이빙 선수 이야기를 그린다. 국가대표 다이빙 선수 이영(신민아)은 동료이자 자신을 다이빙으로 이끈 친구 수진(이유영)과 빗길을 달리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영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라진 수진이 자신을 질투하고 미워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에 혼란을 겪는다. 수진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수진을 생각하는 이영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이영은 점점 어두운 심연으로 깊숙이 빠져든다.

영화 ‘가려진 시간’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조슬예 감독의 데뷔작 ‘디바’는 여러모로 독특한 작품이다. 다이빙이라는 종목을 전면에 내세운 첫 상업영화라는 점뿐만 아니라 1인극에 가까운 심리 스릴러라는 점도 신선하다. 17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신민아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힘이 느껴졌다”며 “어떻게 하면 탄탄하게 잘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제 모습 저도 낯설어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후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디바’에서 신민아는 20년 연기 인생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예의 그 익숙한 밝은 미소에서 시작해 영화 ‘블랙 스완’의 내털리 포트먼을 연상시키는 정신분열 직전의 어두운 그늘까지 '지킬과 하이드' 같은 인물을 연기한다.

극단적인 변화를 겪는 인물이지만 다소 급작스럽고 과장된 설정마저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연기로 관객을 설득한다. 그는 “기존에 내가 보여준 얼굴이 아니어서 나 역시 영화 속 내 모습이 낯설었다”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한 건 아니지만 나 또한 조금은 그런 모습을 기다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이빙 선수 역할을 연기하면서 그는 진짜 선수처럼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춰 연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촬영 전 3, 4개월간 매일 같이 다이빙 훈련에 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물은 좋아했지만 다이빙은 거의 해본 적이 없었어요. 낯설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죠. 고소공포증도 있는데 연습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실력이 늘더군요.”


영화 '디바'의 한 장면. 영화사 을 제공

영화 '디바'의 한 장면. 영화사 을 제공


영화의 출발은 이영과 수진의 복잡미묘한 관계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영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친구인 동시에 라이벌인 관계, 우정과 질투, 시기, 욕망, 불안이 공존하는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 속에서 이영은 조금씩 자신도 몰랐던 내면 깊은 곳을 보게 된다. “이영의 마음에 공감이 가더군요. 경쟁하면서 이겨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번쯤 느꼈을 거예요. 배우도 끊임없이 평가를 받아야 하는 직업이어서 이영과 비슷한 측면이 있죠.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누구나 무의식 안에 질투 같은 감정을 갖고 있잖아요. 그런 점을 건드린 게 매력적이었어요.”

경쟁 사회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것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나 ‘경주’ 같은 예외가 있지만 신민아는 주로 ‘미모’와 ‘화사하고 건강한 미소’가 캐릭터인 인물을 연기해왔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기회는 늘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제 생각과 기회가 오는 시기가 맞아 떨어지진 않잖아요. 연기로 표현하고 싶은 게 있는데 할 수 없을 때 많이 힘들었죠. 하지만 갖고 싶은 걸 늘 가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고, 또 내가 즐길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알고, ‘그거면 됐다’고 생각하려 노력했죠.”



영화 '디바'에서 다이빙 선수 이영 역을 연기한 배우 신민아.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 제공

영화 '디바'에서 다이빙 선수 이영 역을 연기한 배우 신민아.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 제공


신민아는 새로운 도전에 목 말라 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와 낯선 감정에 흥미를 느낀다. ‘디바’에 매료됐던 것처럼 그는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있다.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안 해봤던 장르도 좋고, 안 해봤던 연기, 안 해봤던 환경에 끌려요. 언젠간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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