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철 합참의장 후보자 “미국, 한국 동의 없이 北 공격 못해”

입력
2020.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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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계 5027에 대북 핵공격 시나리오 없다" 인정
북한 미사일 발사 때 골프장 이용 도마에

원인철 합참의장 후보자가 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모두발언을 하기 전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원인철 합참의장 후보자가 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모두발언을 하기 전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는 18일 “미국이 한국 동의 없이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한미 연합군의 전시작전계획인 ‘작전계획 5027’에 대북 핵 공격 시나리오가 없다고도 했다. 군 당국자가 ‘작계 5027에 북한 핵 공격 내용이 없다’고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다. 최근 발행된 밥 우드워드의 저서 ‘격노’에서 2017년 미국 전략사령부가 ‘작계 5027’를 근거로 북한에 대한 핵공격을 검토했다는 내용이 담겨 파장이 일었다.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었다.

원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작계 5027에는 북한에 대한 핵 공격 내용이 없죠'라는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예”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면서 “작계 내용을 상세히 말씀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작계 5027은 일부 내용을 언급해도 북한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돼 극도의 보안을 요한다. 청와대가 지난 14일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내용은 우리 작계에 없다. 한반도 내 군사 행동은 대한민국만 결정할 수 있다”고 우드워드의 저서를 반박할 당시에도 군 당국은 함구했다.

‘우드워드 저서를 보면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전후로 미국이 B-1B 전략폭격기를 북한 영공에 침투해 한반도에 전쟁이 날 수 있었다’는 홍영표 민주당 의원 지적에 원 후보자는 “세부적으로 말씀 드릴 순 없지만 (미국과) 여러 상황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원 후보자는 공군작전사령관이었다.

원 후보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가능한가’는 질문에 그는 “의지는 갖고 있지만 조건이 충족되는 시기에 전작권을 전환하도록 한미가 합의했다”며 “조건을 가속화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전작권 전환을 미루려고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제가 합참 차장을 할 때 한미공동평가위원장을 했는데 그때는 물론 지금도 그런 분위기를 직접 느끼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는 16일 서욱 국방부 장관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도덕성이나 개인 신상에 대한 질문보다는 정책 능력 검증 위주로 진행됐다. 다만 원 후보자가 공군참모차장이었던 2016년과 공군참모총장이었던 2019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발사 직후에 골프장을 이용한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그는 "(분석이 끝나) 대비태세가 해제됐거나 발사에 실패, 탐지선에 탐지되지 않아 (발사 사실이) 인지가 안 된 상태였다"며 '국민 상식선에서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국방위는 이날 청문회 직후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공군참모총장이기도 한 원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서 문재인 정부 첫 합참의장을 지낸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2년 만에 공군 출신 의장이 탄생했다. 공군사관학교 32기인 원 후보자는 기수로 따지면 이날 공식 취임한 서욱(육군사관학교 41기) 신임 국방부 장관보다 한 기수 높다. 통상 국방장관 기수가 합참의장에 앞서는 관례를 깬 인사다.

정승임 기자
노지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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