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개헌하지 못해 단장의 심정"

입력
2020.09.18 08:14
수정
2020.09.18 08:24
구독

퇴임 후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서 소회 밝혀
"외교 요청 있을 경우 스가 정권 돕고 싶다"
카터 전 美 대통령과 같은 특사 역할론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6일 스가 요시히데 내각 출범에 따라 도쿄 총리관저를 떠나면서 배웅하는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6일 스가 요시히데 내각 출범에 따라 도쿄 총리관저를 떠나면서 배웅하는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전 총리는 18일 자신의 비원인 헌법 개정과 관련해 "개헌을 내세운 첫 정권이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것은 단장(장이 끊어지는)의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민당이 평화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등 4항목을 수정한 개헌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 "막연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조문을 바꿀지에 대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그간 아베 정권 동안에는 논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제 스가 정권이 되었으니 그러한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임기 막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에 대해 "더 좋은 방법이 있었던 게 아닌지 자문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또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하계올림픽ㆍ패럴림픽에 대해서는 "인류가 코로나19에 승리했다는 증거로서 개최할 수 있길 바란다"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총리의 수완에 기대를 보였다.

그는 스가 내각의 면면에 대해 "확실하게 결과를 내고 가려는 새 총리의 인식이 드러났다"며 "스가 정권을 지지하는 것은 나의 일이다. 요청 받을 경우에는 여러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퇴임 이후에도 스가 정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와 쌓은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외교 사절 등의 형태로 협력할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스가 총리는 취임 전 외교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아베 전 총리와 상의하며 협력을 구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스가 내각의 한 각료는 이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처럼 특사로서 스가 총리를 도와준다면 좋다"고 밝혔다.

그는 지병 재발로 인한 퇴임과 관련해 "아직 체력이 있는 동안인 8월 말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무책임하게 정권을 내던졌다'는 비판을 받은 1차 집권 당시인 2007년 사임 당시를 의식해 이번에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고심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7년 8개월 여에 걸친 장기 집권 동안 중ㆍ참의원을 같은 날 실시하는 동일선거를 늘 염두에 둬왔다고 밝혔다. 그의 임기 중 2016년과 2019년 중ㆍ참의원 동일선거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이와 관련해 "총리의 판단과 결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해산으로 모든 선택지를 생각했다"며 "항상 머리 속에 있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면 정책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임 기간 전국단위 선거에서 6연승을 거두며 장기 집권을 이어왔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