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에 사용되는 염산이야기를 하다가 질산, 황산에 인산까지 말하게 되었다. 이들은 강산성물질이라 고농도에서는 매우 낮은 pH를 만들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적당한 농도에서는 유익한 기능을 한다. 염산은 우리 몸의 건강의 파수꾼인 위산이 되고, 질산과 황산은 아미노산을 구성하는 식물의 필수 영양소가 된다. 그렇다면 인산은 우리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어떤 사람은 콜라의 인산을 생각하고, 칼슘과 결합하는 능력이 있어 칼슘의 흡수를 방해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인산염에 불린 오징어채 유통!”과 같은 기사를 기억하고 뭔가 좋지 않은 식품첨가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인산은 우리 몸에 칼륨, 나트륨, 칼슘 다음으 많이 필요한 필수 미네랄이다. 학교에서 미네랄로 배우는 인(P)이 실제 우리 몸 안에서는 항상 인산의 형태로 존재한다. 인의 필요량은 마그네슘, 철, 아연 등 나머지 미네랄을 합한 것보다 많고, 하는 일은 더욱 많다. 나트륨, 칼륨, 칼슘은 비록 인산보다 많이 섭취해야 하지만 그들이 많이 필요한 것은 인산보다 많은 일을 해서가 아니다. 사실 미네랄의 필요량은 하는 일의 양에 의해 결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배출되는 양에 따라 결정된다. 미네랄은 원자의 상태이고 원자는 아무리 사용한다고 소비되거나 그 성질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영원히 쓸 수 있다. 그러니 미네랄은 대사과정에 어쩔 수없이 손실되는 양만 보충하면 되는 것이다.
녹아 있는 나트륨, 염소, 칼슘은 주로 혈액에 있지만 인산은 주로 세포 안에 있다. 그만큼 손실될 확률이 적다. 그리고 모든 대사에 관여한다. 칼슘도 매우 다양한 기능을 하지만, 인산처럼 쉬지 않고 끝없이 일하지는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만 작용하는 특징이 있다.
인산이 일하는 가장 결정적인 모습은 바로 ATP이다. ATP는 아데노신에 인산이 3개 결합한 형태인데, 인산이 결합을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면서 모든 생명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그 양이 1분에 40g, 1시간이면 2.4㎏이어서 매일 자신의 체중만큼 ATP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우리는 매일 그렇게 많은 음식을 먹는다.
무게로도 대단하지만, 숫자를 확인하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우리 몸의 세포의 숫자가 30조개가 넘는데, 세포하나마다 매초에 무려 1,000만개를 사용하는 양이다. 인산이 그렇게 정말 쉬지도 않고 작용하기에 우리가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흔히들 뼈는 칼슘으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뼈는 칼슘과 인이 반반 결합한 인회석의 상태다. 사실 뼈를 만들 때 칼슘이나 인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쇠처럼 단단한 나무도 있는데 그것도 셀룰로오스는 포도당으로 되어 있고, 단단한 가재 껍질을 만드는 키틴도 글루코사민이라는 일종의 당으로 되어 있고, 조개껍데기는 칼슘과 탄산으로 되어 있다. 인이 그만큼 중요해서 뼈에 보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체내 칼슘의 99%가 뼈에 있고 혈액에 1%만 녹아서 활용되는데, 인은 무려 20%나 인산의 형태로 녹아 수많은 생명의 활동에 힘을 불어 넣는다. 심지어 생명의 설계도인 유전자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모든 세포의 핵 속에 있는 DNA의 폭은 2nm(나노미터ㆍ10억분의 1m)에 불과하지만 길이는 2m나 된다. 이 DNA의 뼈대가 인이다. 우리 몸속에 30조개가 넘는 세포가 있으니 60억㎞의 사슬이 들어 있는 셈이다. 그리고 세포막도 인지질로 되어 있다. 인이 없으면 세포막이 만들어지지 않고, 세포막이 없으면 모든 물질이 빠져나가 죽게 될 것이다.
인은 이처럼 정말 다양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미네랄의 여왕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식품의 첨가물로도 다양한 기능을 한다. 산미료(인산), pH조정제(인산염), 케이킹억제제, 팽창제 등 여러 기능을 한다. 인산염은 알칼리성이고 킬레이팅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백질의 용해도를 높이는 작용도 해 치즈나 육가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누구도 인산을 칭찬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 인산이 쉽게 우리 몸에 흡수가 되어 우리 몸에 부족할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귀한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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