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00년의 사상과 시대정신을 한 권에 담다

입력
2020.09.18 04:30
19면
구독

김호기 연세대 교수, 한국의 100년 지성사 정리

'김호기의 100년에서 100년으로' 연재에서 소개된 각계 인물들. 윗줄 왼쪽부터 박경리 작가, 한강 작가, 신영복 전 성공회대 석좌교수,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 박정희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아랫줄 왼쪽부터 한용운 시인, 박세일 전 서울대 명예교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호기의 100년에서 100년으로' 연재에서 소개된 각계 인물들. 윗줄 왼쪽부터 박경리 작가, 한강 작가, 신영복 전 성공회대 석좌교수,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 박정희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아랫줄 왼쪽부터 한용운 시인, 박세일 전 서울대 명예교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진하기 위해선 뒤를 돌아봐야 한다. 지난 세월 걸어온 길이 어떠했고, 그 속에서 무얼 배웠는지 반추할 때 올바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개인이든 나라든 과거의 역사를 성찰하고 복기하는 이유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3ㆍ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았던 2019년, 대한민국의 100년을 돌아보려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책은 2018년 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한 ‘김호기의 100년에서 100년으로’ 원고를 엮은 것이다.

김 교수가 대한민국 100년을 기억하는 방식은 인물이다. 책은 60명의 대표 지식인들을 추려내 그들이 남긴 사상과 저작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냈다. 한국 지성사의 백과사전이라 해도 손색 없어 보인다. 1947년 출간된 김구의 '백범일지'를 시작으로 2000년대 나온 장하준의 '사다리 걷어차기'까지. 보수와 진보를 가르고 인문학과 사회과학, 예술과 자연과학을 넘나들며, 페미니즘과 생태학 등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담론까지 종횡무진 관통한다.

여기에 이승만, 김구, 안창호, 여운형,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독립운동가나 정치가란 호칭이 더 어울릴 법한 인물들도 들어가 있다. 존재 자체가 민족해방, 산업화, 민주화 등 시대정신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포함시켰다는 설명이다. 이념과 학문의 다양성과 역사적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김 교수의 노력이 엿보인다.


현대 한국 지성의 모험ㆍ김호기 지음ㆍ메디치미디어 발행ㆍ520쪽ㆍ2만원

현대 한국 지성의 모험ㆍ김호기 지음ㆍ메디치미디어 발행ㆍ520쪽ㆍ2만원


책의 부제는 ‘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다. 지난 100년의 기억은 식민지배와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대한민국 공동체를 민주공화국으로 일궈낸 역사다. 그렇다면 100년 뒤 대한민국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김 교수는 동북아를 넘어 인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문화국가'로의 부상을 제시한다. “미래는 과거 기억의 현재적 성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를 일궈나가는 과정이다. 지난 100년 우리 현대 지성의 고투에 대한 기억이 새로운 100년을 향한 용기를 안겨주길 소망한다.” 대한민국 100년의 기억은, 100년의 미래를 향한 주춧돌이 돼줄 것이다.

강윤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