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만난 뒤 샷 망가졌지만… 단타자여, 날 보며 희망을!”

입력
2020.09.17 06: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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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뻐꾸기 골프’ 박노준 포시즌 대표 인터뷰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에 출연하는 박노준 포시즌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포시즌 사옥에서 자신의 상징인 기도 피니시를 선보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에 출연하는 박노준 포시즌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포시즌 사옥에서 자신의 상징인 기도 피니시를 선보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전형적인 ‘키 작은 배불뚝이’ 체형, 공을 친 뒤 기도하듯 마무리하는 스윙 동작이 특징이다. 그렇게 친 공이 멀리 나갈 리 없다. 드라이버 티샷 평균 비거리 약 130m, ‘오잘공(오늘 제일 잘 때린 공)’ 비거리도 웬만해선 150m를 넘지 않는다. 무엇보다 옆에서 쉴 새 없이 놀려대는 사람이 동반자를 향한 구박 수위로는 대한민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방송인 김구라(50)다. 그럼에도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뚜벅 뚜벅 홀을 향해 전진, 이따금씩 버디를 잡고는 “구라야, 깜~짝 놀랐지?”를 외치는 그를 보며 아마추어 골퍼들은 함박웃음 짓는다.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를 통해 인기몰이중인 골프용품 제작업체 ‘포시즌’ 대표 박노준(53)씨 얘기다.

15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골퍼들 사이에선 본명보다 ‘박사장’으로 더 알려진 그는 “요즘 골프장을 가면 사인을 해달라거나, 사진을 함께 찍자는 분들이 많아 인기를 실감한다”며 웃었다. 지난 1월 개설된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이날 기준 약 19만명으로 20만명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고, 누적 조회수는 2,700만회를 넘겼다. 적어도 골프장에서만큼은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다 보니 요즘 동영상 자막에선 그를 글로벌 인기 아이돌그룹 BTS와 흡사한 ‘BSJ’로 표현한다. ‘박사장’ 초성을 딴 표현이지만, ‘불사조’도 의미한다고. 멀리 나가질 않으니 웬만해선 잃어버리지도 못하는 공이 흡사 ‘죽지 않는 새’ 불사조 같아서라고 한다.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캡처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캡처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캡처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캡처


스윙만 보면 골프 입문자 같지만, 그의 구력은 어느덧 40년차에 근접했다. 중학생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장에 갔다가 골프에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1980년대 흔치 않았던 ‘골프 보이’였던 셈이다. 그가 꾸준히 준수한 스코어를 유지하는 비결도 만만찮은 구력에 있다. 방송만 보는 이들은 쉽게 믿기 어렵겠으나 그는 “(골프를 가장 열심히 했던)15년 전쯤 제주도에서 이븐파(72타)를 친 적도 있다”고 했다. 과거 평균 80타대 중ㆍ후반을 꾸준히 유지했다는 주장은 연예계 골프 달인 김국진(55)도 방송에서 직접 언급한 사실이다.

박 대표는 샷이 망가지기 시작한 시점을 “약 10년 전 (김)구라를 만난 뒤부터”고 잘라 말했다. 박 대표가 이경규, 김구라 등 연예인 골퍼들을 후원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던 시기부터 인연이 이어졌는데, 라운드 때마다 서로 “공 참 못 친다”거나 “(샷이)지저분하다”며 놀려가며 운동하는 게 즐거웠다. 그러면서도 “당시 실력이 워낙 없었던 구라와 골프장을 다니다 보니 내 실력도 함께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사업상 술자리가 늘고, 연습을 꾸준히 하지 못한 이유도 함께 언급한 그는 “(아무리 구력이 오래 돼도)중간중간 스윙 자세는 체크를 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에 출연하는 박노준 포시즌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포시즌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에 출연하는 박노준 포시즌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포시즌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그도 사람인지라 때로 촬영 중 김구라의 구박이 가슴에 콕 박힐 때가 있다. 그럼에도 그는 “잘 풀면 문제 없다”고 했다. 촬영이 끝난 뒤 “아까 그건 좀 너무했어”라고 김구라에 털어놓으면 “미안해 형” 한 마디로 상황은 끝난다. 구박 단골 소재인 티샷의 비거리를 늘릴 뜻은 없는지 물었다. “늘릴 계획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단타를 치는 골퍼들이 영상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재미를 느끼는데,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단타자들을 향해 “티샷이 멀리 나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드, 어프로치, 퍼터 가운데 자신의 장기 하나를 꼭 가진다면 충분히 장타자를 이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튜브 인플루언서가 되기 이전의 삶과 비교하면 분명 변화가 크지만, 박 대표는 “(유튜브 촬영, 골프 연습보다)사업이 항상 우선”이라고 했다. 1992년부터 대기업에서 골프사업을 경험한 뒤 2000년부터는 유명 골프용품 업체의 위탁을 받아 상품을 자체 개발해 생산하는 방식을 일컫는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사업을 시작한 그는, 현재 본사와 경기 용인시 공장 직원까지 46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에 출연하는 박노준 포시즌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포시즌 사옥에서 '기도 피니시'를 선보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에 출연하는 박노준 포시즌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포시즌 사옥에서 '기도 피니시'를 선보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18일 자신의 별명을 딴 쇼핑몰 ‘박사장몰’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공식 오픈 한다. 그는 “고맙게도 전국 신세계백화점에 오프라인 매장도 설치하게 됐다”고 했다. 박사장몰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도 있다. 그는 “국내엔 골프용품을 제작하는 유능한 중소기업이 많다”면서도 “이들이 비싼 돈을 들여 광고를 할 수 없는 점이 한계인데, 박사장몰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질 좋은 상품들 함께 소개하는 플랫폼이 됐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에 출연 중인 박노준 포시즌 대표. 왕태석 선임기자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에 출연 중인 박노준 포시즌 대표. 왕태석 선임기자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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