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시작부터 5개 파벌에 '보은 인사'... 脫파벌 구호 머쓱

입력
2020.09.15 18:00
수정
2020.09.15 21: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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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이 간사장 유임으로 취약한 당내 기반 보완
'스가의 입'에 가토 장관, 아베 동생 방위장관 내정

스가 요시히데 신임 자민당 총재가 14일 도쿄도내 한 호텔에서 열린 총재선거에서 당선된 뒤 양 손을 들어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신임 자민당 총재가 14일 도쿄도내 한 호텔에서 열린 총재선거에서 당선된 뒤 양 손을 들어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자민당 총재가 임기 시작부터 '보은 인사' 비판에 직면했다. 15일 처음 단행한 당직 인사에서 자신을 지원한 5개 파벌을 노골적으로 배려했기 때문이다. 그간 강조해온 탈(脫)파벌 인사 주장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총리 취임 후 발표될 새 내각에서 '스가의 입'을 담당할 관방장관에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장관이 내정됐다.

스가 총재는 이날 당무를 운영할 간사장을 비롯한 당 4역 등의 집행부 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가장 먼저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해 '대세론'을 이끈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을 유임시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의 표명 이튿날인 지난달 29일 총재선거 출마 의향을 니카이 간사장에게 처음 밝혔을 정도로 상호 신뢰가 두텁다. 무파벌로 당내 기반이 취약한 스가 총재가 니카이 간사장을 유임시켜 당의 안정적인 운영을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조회장은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의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선거대책위원장, 총무회장은 아소파의 사토 쓰토무(佐藤勉) 전 총무장관, 선거대책위원장은 다케시타파의 야마구치 다이메이(山口泰明) 중의원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이시하라파인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국회대책위원장도 유임됐다. 자신에게 줄을 선 5개 파벌에 5개 주요 당직 1자리씩을 각각 배분한 것이어서 스스로 강조했던 파벌 탈피 인사 원칙이 벌써부터 퇴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출범하는 스가 내각에서 관방장관에 내정된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장관.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16일 출범하는 스가 내각에서 관방장관에 내정된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장관.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스가 내각'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정권 2인자로서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에 내정된 가토 후생노동장관은 2012년 12월 재집권한 아베 정권에서 2년 10개월간 관방부(副)장관을 맡아 관방장관이던 스가 총재와 호흡을 맞췄다. 2014년 설치돼 아베 정권의 관료 장악 수단이었던 내각인사국의 초대 국장이기도 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장관,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장관, 아카바네 가즈요시(赤羽一嘉) 국토교통장관은 유임이 유력하다. 하시모토 장관은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준비를, 연립여당인 공명당 몫의 아카바네 장관은 양당 간 관계를 각각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테기 장관은 '외교 문외한'인 스가 총재를 도와 외교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일관계에서는 강경파다. 최근 발매된 월간지 '분게이슌주'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 조치와 관련해 "모든 선택지를 놓고 의연히 대응할 것"이라며 사실상 추가 보복를 시사했다. 새 내각의 방위장관에는 아베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중의원 의원을 기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총재는 16일 참ㆍ중의원 양원 본회의에서 총리 지명을 받은 뒤 새 내각 명단을 공식 발표한다. 이어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임명장을 받고 각료 인증식을 거쳐 '스가 내각'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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