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강원 평창군에서 ‘반려동물 테마파크’ 설립 기공식이 있었다. 민자사업으로 300억원의 투자를 받아 평창읍 종부리 평창둔치에 20만㎡로 조성되는 대규모 ‘반려동물 관광테마파크’다. 사업자로 나선 삼양꼼빠뇽과 평창군은 반려동물 생애관리 시스템 구축과 ‘첨단 브리딩 센터 구축’을 테마로 반려동물 테마파크 설립을 발표했다.
평창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설립 발표부터 반발이 있었다. 반대 이유는 '브리딩 센터' 때문이었다. 테마파크 관련시설에서 브리딩 센터를 제외해줄 것을 요청하는 입장문과 기사도 여러 번 났다. 평창군 관계자는 "브리딩 사업이 동물 복지에 위배된다는 민원이 많이 접수됐다" 며 "사업자 측과 함께 답변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지만, 얼마 후 기공식을 가졌고, 결국 9월 내 '반려동물 사육과 연구를 위한' 브리딩 센터를 착공한다고 발표했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한왕기 평창 군수는 "반려동물이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동물 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하며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협력하여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물 복지'와 '브리딩 센터'는 어떤 식으로도 겹칠 수 없다. 브리딩 센터는 쉽게 말해 동물을 생산, 판매하는 번식업장이다. 열악한 환경의 '강아지 공장'에 대해서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물론 평창군의 브리딩 센터는 그보다 나은 환경일테니 강아지 공장과 비교하는 게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강아지 공장과 다르지 않다.
번식업은 생명을 사고파는 일이다. 생명이 자본과 엮였을 때 생명의 가치는 당연히 하락된다. 우선, 번식사업에서 번식용으로 사육되는 동물은 존재한다. 동물 윤리도 복지도 이윤 추구인 사업에서는 상충된다. 평생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종모견들의 복지는 무시되는 일이다. 게다가 인기 있는 품종의 과도한 생산으로 쏟아져 나올 상황들은 어떤가. 그때그때 핫한 품종의 유행 뒤에는 잉여 동물이 한물간 인형처럼 골칫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또, 모든 사고파는 상품에는 '재고'가 있다. 또, 생산 중 '불량'이 생긴다. 물건이라면 끝내 팔리지 않는 상품은 폐기한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재고'와 '불량'은 어떻게 될까. 더구나 민간기업이 투자한 대규모 번식장이다. 이윤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동물의 희생은 불을 보듯 뻔하다.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좋은 브리더(번식업자)가 좋은 품종의 반려동물을 생산, 판매하면 유기 동물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틀렸다. 유기 동물의 문제는 아픈 동물이나 부족한 동물이라 버려지는 게 아니다. 과잉 생산과 무책임한 소유가 문제다.
좋은 브리더를 표방하는 일본을 예로 들어보자. 몇 년 전까지 일본은 번식업자가 팔리지 않는 '재고' 동물을 지방자지단체의 동물보호센터에 넘겨 살처분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2013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지자체에 재고 동물을 넘기지 못하게 되었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재고 동물은 번식용으로 헐값에 재판매되거나 그게 안 되는 경우는 방치되어 죽었다. 실제로 2016년 일본의 한 인수업자가 한꺼번에 강아지 80마리를 인수한 뒤 방치했고, 죽은 동물들을 강가에 대량으로 유기한 사건이 있었다. 다른 경우는 실습용 동물이 되거나 공혈견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작년 전국에 1,186곳의 번식장이 공식 집계되었고 실제로는 2배 이상인 2,000~3,000개의 번식사업장이 있다고 추산된다. 물론 불법 번식업장을 제외한 숫자다. 기존 번식업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반려동물이 차고 넘친다. 굳이 지자체에서 번식업장을 추가할 이유가 있을까.
지금도 매년 13만마리의 동물이 버려지고 있다. 평창군에서 표방한 '동물 복지'가 진실이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자체에서 동물 보호ㆍ복지 향상을 표방하며 동물을 사고파는 업장을 설립한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1,500만 반려동물 가족의 공분을 살 수 있는 일이다. 몇 년 후 되돌리기 힘든 상황보다 지금 중단하는 것이 낫다. 부디 평창군의 반려동물 테마파크가 힘없는 작은 생명들의 가치를 보듬어 주는 랜드마크가 되길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