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부터 여고 주변까지... 늦은 귀갓길 밝히는 '태양광 가로등'

입력
2020.09.14 04:30
한수원, 6년간 태양광 가로등 1703본 설치
연간 4억원 이상 공공전기료 절감 효과
저소득층 아동에 도서관, 귀갓길 차량 지원

경북 봉화군 체육공원에 설치된 안심가로등.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개미마을'이란 곳이 있다. 인왕산 등산로 입구에 자리한 마을로,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달동네 중 하나다. 1,000만 관객을 울린 영화 '7번방의 선물'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12월, 이곳에 37본의 '태양광 안심가로등'이 설치됐다. 가로등이 부족해 밤에 골목길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마을 주민들에게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혜택이었다.

태양광 안심가로등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밀알복지재단과 함께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약 30%를 책임지는 국내 최대 발전 회사답게 국민들에게 '빛'을 선물해보자는 고민 끝에 늦은 밤 귀갓길을 밝혀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안심가로등은 낮에 충전한 태양광으로 밤에 불을 밝힌다. 한 번 충전으로 7일 이상 이용 가능해 장마철, 흐린 날씨에도 문제 없다. 일반 전기와 연동돼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없을 때도 가로등이 꺼지지 않는다.

한수원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한 뒤 전문가 자문위원회에서 취약계층 거주 비율, 범죄 발생률, 재정 자립도 등을 고려해 안심가로등 설치 지역을 선정한다. 충북 진천군 백곡면 명암리에도 2017년 안심가로등 50본이 들어선 뒤 주민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명암리 정동일(62) 이장은 "전에는 날이 어둑해지면 밖에 나가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안심가로등 덕에 야간에도 마음 놓고 운동하는 주민들이 많아졌다"고 미소 지었다.

대구 달서구 역시 2016년 안심가로등 317본 설치 후 그 해 범죄 건수가 전년 대비 약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밀알복지재단이 진행한 주민 설문조사에서도 '야간 보행 때 안심하고 다닐 수 있게 됐다'는 응답이 97.5%로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3월 10본의 안심가로등이 들어선 경북 문경시의 시청 관계자는 "여자고등학교 주변이 밝아져서 학생들이 야간 수업 후 안전하게 하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수원이 사업 시행 후 6년 간 전국에 설치한 안심가로등은 모두 1,703본. 안심가로등은 일반 가로등에 비해 1본에 연간 2,160킬로와트시(kwh)의 절전 효과도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그 동안 설치한 1,703본의 안심가로등으로 연간 약 4억3,234만원(1본당 25만3,872원)의 공공 전기료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수원 사회공헌부 김영란 차장은 "빛으로 '안심'할 수 있는 밤길을 만들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주민들의 '안전'까지 지켜주는 것 같아 보람되고 책임감도 느낀다"며 "전국에 깜깜하고 무서운 거리가 없어질 때까지 사업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올해도 전남 목포 등 총 6곳의 사업 지역을 확정해 이달부터 332본의 가로등 설치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19년 11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행복더함 희망나래 차량 전달식'을 진행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수원은 승합차 85대를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전국 지역아동센터에 전달했다. 한수원 제공


교육복지 사각 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복더함 희망나래'도 한수원의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다. 전국 지역아동센터의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도서관을 조성해주고 안전한 귀가 등에 사용할 차량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수원은 2012년부터 8년 간 494대의 '안심카'와 237곳의 '희망나래 도서관' 개관을 지원했다. 한수원은 2016년 본사를 경북 경주로 이전한 뒤 경주 소재 28곳의 지역아동센터에도 27대의 '안심카'와 26곳의 '희망나래 도서관' 개관을 지원하는 등 지역대표 기업으로의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한수원은 발전소 주변 지역 청소년들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아인슈타인 클래스'도 실시하고 있다. 아인슈타인 클래스는 매년 대학생 멘토들을 선발해 겨울방학 동안 이들이 발전소 주변 초ㆍ중ㆍ고등학생에게 학습 지도와 진로상담 등 멘토링을 시행하는 인재육성 사회공헌 활동이다. 교육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어촌 지역을 대상으로 도농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일조한다는 평을 받는다. 2010년 도입 후 올해까지 4,036여 명의 청소년이 550명의 대학생들에게 멘토링을 받았다.

한수원은 과학 꿈나무 육성 차원에서 매년 두 차례 '아톰공학교실'도 연다. 공학기술자 등 전문가로 구성된 한수원 직원들이 일일 과학 교사로 변신해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 학생들에게 실험과 실습 지도를 하며 과학 원리를 손쉽게 터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13년부터 지난 해까지 아톰공학교실에 참여한 학생은 9,000명이 넘는다. 이 활동에 참가하기 전 한수원 직원들은 서울 소재 대학의 청소년 진흥센터에서 실시하는 교사 연수에도 참여하는 등 양질의 지도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수원은 올해 기존 사회공헌 활동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도 앞장섰다. 한수원은 지금까지 대구ㆍ경북ㆍ경주 등에 8억원의 성금을 지원했고, 경주 지역아동센터, 장애인종합복지관을 비롯해 전국 5개 원자력본부 주변 마을 345곳에 마스크 26만2,000여장과 손세정제 1만2,000여개를 제공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원전 운영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들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코로나19 극복에 적극 동참해 공기업으로서 국민에게 받은 사랑을 함께 나누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로고.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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