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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후 변비… 태아가 응가에 눌리면 어떡하죠?

입력
2020.09.13 10:00

[7]임산부 75%가 경험하는 불편함 '변비'
엄마는 힘들어도 태아는 '자궁과 양수' 덕분에 괜찮아

편집자주

임신을 하게 되면 궁금해지는 것들이 시시때때 생기는데요. 이중에는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기 민망할 정도로 사소하지만, 임신 관련 책에도 나오지 않아 답을 구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많습니다. 어쩔 수없이 포털사이트나 온라인 맘카페에 글을 올려 답을 구하면서도 마음 한 켠으론 불안함이 가시지 않지요. 그런 궁금증을 모아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임산부 75%가 겪는다는 변비에 관한 질문이 포털사이트 질의응답 코너에 게시돼 있다. 포털사이트 캡처

임산부 75%가 겪는다는 변비에 관한 질문이 포털사이트 질의응답 코너에 게시돼 있다. 포털사이트 캡처


임신한 여성의 몸에 새 생명이 자리를 잡은 뒤 유독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터줏대감이 있습니다. 대변인데요. 채우는 기쁨만큼 중요한 비움, 쾌변은 임신 중 느끼기 힘든 일상 중 하나입니다.

특히 배 안에 아기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초기 임산부들은 "대변을 볼 때 배에 힘주는 것조차 두렵다"거나 "약도 못 먹는데 변비를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고민을 달고 살지요.

임신 초기엔 입덧 때문에, 중기 이후엔 철분제 때문에, 후기엔 자궁에 눌리기 때문에 변비 증상은 심해지고 고통은 더 커지는데요. 몸속에 쌓인 대변이 혹시 태아를 괴롭게 하진 않을까요. 대변을 평화롭고 상쾌하고 안전하게 몸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이 있다면요. 대놓고 묻기엔 살짝 부끄러운 질문들을 산부인과 교수에게 대신 질문해 봤어요.

임신 중 변비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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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변비는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김영란 차의과학대 분당차여성병원 산부인과 교수에 따르면 임산부의 75%가 변비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임신 중 변비를 흔히 겪는 이유는 입덧 때문에 물 등 수분을 적게 섭취하거나 운동이 부족해지는 점도 있지만,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장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때문이기도 해요.

프로게스테론은 어디서, 왜 나오는 걸까요. 우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자면, 프로게스테론은 임신을 유지하기 위한 상태로 여성의 자궁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요. 정진훈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태반에서 나오는 이 호르몬에 의해 장 운동이 줄고 장이 수분을 다시 흡수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변비가 잘 생긴다"고 설명했어요.

또 임신 후 커지는 자궁도 장에 영향을 끼치는데요. 임찬미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이 커지면서 소장 내 음식물의 통과 시간이 늦어지고 대장 근육도 이완되기 때문에 대장에 내용물이 멈춰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때 수분과 나트륨이 흡수돼 변비가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임신 중기 이후 복용하는 철분제도 변비 고통이 심하게 하는데 한몫한다고 해요.

심해지는 변비, 쌓이는 대변… 태아는 괜찮을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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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배는 태아와 자궁이 성장하면서 점점 커지긴 하지만, 기존 장기들도 몸속에 잘 있어야 하므로 한정된 공간 속 자리를 차지하려는 눈치 싸움이 벌어지곤 합니다. 하지만 보통 승리자는 자궁이죠. 위와 장은 쉽게 눌리곤 해요.

그런데 변비가 심해지면 대장 속에는 대변에 쌓일 텐데요. 나오지 못하고 엄마 몸 속에 쌓인 변들이 점점 많아지면 혹시 태아를 누르는 등 태아를 괴롭게 하지는 않을까요.

전문가들은 "태아가 변비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가능성은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일단 태아가 있는 자궁과 변이 있는 대장의 위치를 살펴보면요. 김 교수 설명에 따르면 자궁과 대장은 모두 임산부의 하복강(아랫배)에 있지만, 복강 내 공간은 충분해서 변비 증상 때문에 태아가 머무는 공간이 줄지도 않고, 태아가 불편할 일도 없을 거라는데요. 정 교수 설명에 따르면 태아는 자궁 속에 있고, 변비가 있는 대장은 자궁 뒤쪽에 있기 때문에 태아가 불편할 가능성은 없다고 해요.

무엇보다 자궁과 양수가 태아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답니다. 임 교수는 "자궁은 태아가 성장하면서 늘어나게 되어 단단한 보호 구역을 만들어주고 양수가 그 안에 있는 태아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태아는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 교수는 "변비로 인해 임산부의 아랫배의 불편함이 이어질 때 느끼는 불쾌감으로 인해 소화불량·다이어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신 중 변기에 오래 앉아 있어도 괜찮을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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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 오래 앉아있는 습관은 임산부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좋은 습관은 아닌데요. 특히 임산부 중에는 뱃속에 태아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변기에 오래 앉거나 배에 힘을 주기가 부담스럽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임신 중 변기에 오래 앉아 있거나 아랫배에 지나치게 힘을 주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단순히 배변 습관이 나빠지는 문제가 아니라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김 교수는 "임신 중 아랫배에 힘을 계속 주는 자세는 그리 좋지 않다"라고 강조했어요. 김 교수는 "앉아 있는 것보다 아랫배에 오랜 시간 동안 힘을 주는 것이 자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특히 조기 진통 등 증상이 있으면 더욱 조심해야 하는데요. 임 교수는 "자궁 경부 무력증, 자궁 경부가 짧아진 조기진통 등으로 자궁 경부가 이미 약해져 있는 상태라면 아래로 힘이 들어가는 자세로 오래 있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어요. 또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생기면 치질이나 치핵 등 문제가 생기거나 악화할 수 있으므로 피하길 바란다"고 합니다.

특히 임신 초기에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정 교수 설명에 따르면 유산 위험성이 큰 임신 초기에 변기에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질 출혈로 병원을 찾는 임산부가 많다고 해요. 또 "임신 후기에도 조산 위험성이나 전치태반이 있는 임산부가 자궁수축을 배변의 신호로 생각하고 변기에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질 출혈 또는 양수파막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정 교수는 "즉 변기에 오랫동안 앉는 자세가 자궁에 부담을 주기보다는 위험성이 높은 임산부가 자궁의 수축을 배변의 신호로 오해하고 변기에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응급실로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를 예방하려면 평소 변비를 예방하고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약 없이 임신 변비 탈출하는 방법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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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의 변비 탈출 방법은 일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식이섬유가 많은 과일과 채소를 먹는 것이 좋고요. 잡곡밥과 같은 덜 정제된 곡식과 콩 종류를 많이 먹고 주기적으로 운동하며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지요. 특히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좋은 이유에 대해 정 교수는 "섬유소는 소화·흡수되지 않고 장까지 도달해 장의 운동을 돕기 때문에 섬유소가 많이 든 식품이 변비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어요.

구체적인 생활 습관에 대해 정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1컵(250cc) 이상 마시는 것이 좋으며 아침은 거르지 말고 먹도록 하여 장이 배설을 위한 운동을 시작하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며 "변을 보고 싶은 느낌이 들면 즉시 화장실에 가도록 하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는데요. 또 "매일 정해진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장 운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또 마음을 편안히 하도록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요. 정 교수는 "소화기 기능은 대부분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고 있어 긴장·걱정·고민·슬픔 등의 감정이 쌓이면 자율 신경의 변화를 가져와 변비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키는데도 변비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의학의 도움을 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임산부가 먹어도 안전한 약이어야 한다는 건데요. 김 교수는 "임산부도 변비약을 복용할 수 있지만 피마자유를 포함한 변비약 등은 조기 자궁 수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산부인과에서 안전한 약을 처방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어요.

김 교수 역시 "임신 초기부터 프로바이오틱스인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 좋고 변비 때문에 지나치게 불편하다면 병원에서 마그네슘이 함유된 변비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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