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200억! 코로나 구상권 영수증 두렵지도 않으세요?

입력
2020.09.05 18:00
동선 숨기는 확진자 늘며 구상권 청구 사례도 증가
대구시, 신천지 상대로 1,000억원 청구…최다 금액

보수단체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열린 8·15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마친후 경찰 저지선을 뚫고 사직로에서 청와대로 가는길로 몰려와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광화문집회) 참석한 적이 없다. 검사는 내가 알아서 한다."

'창원 51번(경남 217번)' 확진자가 창원시 측의 전화를 받고 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 확진자는 지난달 15일 광화문집회에 참석을 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늑장 검사를 받다가 27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기에 자신의 자녀 2명과, 근무한 편의점이 있는 두산공작기계에서 5명 등 총 7명이 줄줄이 확진자가 됐습니다. 또 두산공작기계 직원들과 딸이 다니는 창원 신월고 교직원ㆍ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 조사도 진행돼 2,040명이 검사를 받았습니다.

거짓말의 결과는? 허성무 창원시장은 지난달 31일 "51번 확진자를 상대로 본인과 확진자 7명에 대한 입원비 1억4,000만원, 그리고 2,040명에 대한 검사비 1억2,600만원, 방역비 등을 포함해 3억원의 구상금을 청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건보공단ㆍ서울시 "사랑제일교회에게 200억원 이상 받아 내겠다"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경찰들이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전광훈 목사 사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TV


창원 51번만 거짓말과 늑장 검사의 대가를 치르게 된 건 아닙니다. 지난달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와 관련된 확진자 1,035명에 대해 총 55억원의 구상금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55억원은 공단이 부담한 비용을 1인당 534만원(1월~7월 코로나19 확진자 공단 평균 부담금)으로 책정했을 때 1,035명이 부담할 금액을 합한 것인데요. 홍영삼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관리실장은 그 근거에 대해 "방역을 방해해서 본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국민건강보험법 57조 제1항에 따라 부당이득금을 환수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랑제일교회는 최근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곳이죠. 공단은 사랑제일교회가 코로나19 방역을 방해하고 방역 지침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개인의 경우 공단이 이들을 치료하느라 부담했던 진료비를 '부당이득금'으로 환수 조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소송전담팀도 꾸린다고 합니다. 방역 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받아 법률 위반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어요.

서울시도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 같네요. 김우영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대중교통 이용률이 감소해 주당 40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 2주 동안 80억원 정도의 손실이 났다"며 "다음주 전광훈 담임목사와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150억원의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교회 인근 상인들도 뿔이 잔뜩 났습니다. 사랑제일교회로부터 약 200m 떨어진 장위전통시장 상인회장은 교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체 왜 이들은 이렇게 열심히 구상권 청구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세금으로 지출했고 이 때문에 생긴 재정적 손해를 만회하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예방' 차원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정부가 확보한 사랑제일교회 신도와 방문자 명단 5,300여명 중 현재까지 74%인 3,900여명만 검사를 받은 상태입니다. 무려 4분의1에 해당하는 1,400여명이 첫 환자 발생 후 22일이 지나도록 검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죠. 결국 이들이 빨리 검사를 받도록 하는 차원에서 '구상권 카드'로 압박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구상권이 대체 뭐길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 안내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다. 뉴시스


대체 구상권이 뭐길래 정부와 지자체와 공단은 이런 무시무시한 금액을 청구하고 나선 걸까요? 구상권은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그 사람의 빚을 갚은 사람이 (사실상의) 채무자에게 이 빚을 갚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구상권은 법원의 손해배상에 대한 확정 판결 3년 이내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국가소송의 경우 배상금 액수가 10억원을 넘으면 법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죠

코로나19 때문에 구상권을 청구했다는 얘기는, 결국 사회적 비용을 대신 치른 정부나 지자체가 '집회에 갔음에도 거짓말을 한 사람들', '증상이 있거나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마구 돌아다닌 사람들' 등을 대상으로 그 비용을 갚도록 요구했다는 뜻입니다. 아무래도 이들이 다른 국민에게 피해를 끼치고, 사회 곳곳을 마비시켰다고 판단, 이에 대한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나선 것이죠.

대구시, 신천지 상대로 1,000억원 소송…최다 금액

수원지법은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이만희(89)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에 대해 지난달 1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이만희 총회장의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그럼 지금까지 코로나19 관련해 가장 많은 금액의 구상권 영수증을 받은 사람 혹은 집단은 누구일까요? 최소 200억원의 사랑제일교회, 3억원의 창원 51번 확진자를 빼고 현재까지 가장 큰 금액을 청구받은 건 코로나19 하면 빠뜨릴 수 없는 집단, 바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입니다.

대구시가 6월 신천지예수교회와 사단법인 새하늘새땅 증거장막성전예수교선교회,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등을 상대로 1,000억원 소송을 냈습니다. 2월 18일 대구 코로나19 첫 환자인 31번 환자가 발생한 이후 신천지 측에 교인 명단 확보, 적극적 검사 및 자가격리, 방역 협조를 요청했지만 집합시설 누락, 신도 명단 누락 등 방역 방해를 했다는 게 대구시의 입장입니다. 신천지 측이 건축법을 어겨 구교회 건물의 상당 부분을 종교시설로 무단 용도 변경한 것도 대규모 집단감염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시는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신천지 교인 1만400여명 중에 4,200여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대구 지역 총 확진자의 62%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도 구상권 청구에 나섰습니다. 3월 서울중앙지법에 신천지예수교회와 사단법인 새하늘새땅 증거장막성전예수교선교회,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신천지로 인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어려워졌고 방역에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는 게 고소의 취지라네요.

확진 후 돌아다닌 '송파 60번' 2억원…거짓말 '인천강사' 구속기소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천지역에 확산하는 가운데 5월 14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학원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그 뒤를 이어 '송파 60번' 확진자가 광주광역시로부터 2억2,000만원을 청구받았습니다. 이 확진자는 7월 1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광주와 제주도를 갔거든요. 심지어 이 확진자는 동선을 알리지도 않아 광주시는 역학조사에서 크게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제주 민폐 여행' 강남 모녀 사례도 기억나시나요? 3월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A씨는 미국여행 후 어머니 등 4명과 4박5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다녀왔죠. 입도 당일부터 오한과 근육통, 인후통을 느낀 A씨는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병원과 약국을 찾아 감기약을 처방받으며 모든 일정을 소화했죠. 결국 도의적 책임을 묻는 여론이 빠르게 퍼지면서 제주도는 같은 달 이 모녀에게 1억1,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거짓말을 했다가 구속 기소된 사례도 있습니다. 올해 5월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 사건 기억하시나요?

5월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의 학원강사 A씨는 같은 달 2, 3일 서울 이태원과 포차 등지를 방문했다가 감염됐습니다. 그런데 초기 역학조사 때 학원강사인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무직'이라고 거짓말을 했고,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인천시 미추홀구 한 보습학원에서 강의한 사실도 숨겼습니다.

이로 인해 A씨와 관련된 확진자는 인천에서만 40명이 넘었고 전국적으로는 80명 넘게 감염됐습니다. A씨로부터 '7차 감염' 사례까지 나왔죠. 결국 A씨는 7월 구속됐고 이번달 첫 재판이 열릴 예정입니다.

이렇듯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일부러 거짓말을 하거나,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마구 돌아다니는 행위는 삼가야겠습니다. 왜냐고요? 당장 여러분에게 1억원이 넘는 영수증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죠!


손성원 기자
이은기 인턴기자
케이스 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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