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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한 코끼리가 다시 살아났다... 동물표본제작자

입력
2020.09.05 11: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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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한 멸종위기종의 골격ㆍ박제 표본 제작
서울대공원 동물표본제작자 윤지나, 임동섭씨
칼ㆍ목공ㆍ바느질ㆍ용접... 다양한 기술 필요
무엇보다 생물보전 중요성 알리는? 자부심 커

서울대공원 동물표본제작사 윤지나(오른쪽), 임동섭씨가 지난달 31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동물위령비 앞에서 발굴 중인 아시아코끼리 '가자바'의 골격을 펼쳐보여주고 있다. 과천=서재훈 기자

서울대공원 동물표본제작사 윤지나(오른쪽), 임동섭씨가 지난달 31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동물위령비 앞에서 발굴 중인 아시아코끼리 '가자바'의 골격을 펼쳐보여주고 있다. 과천=서재훈 기자



두 개의 매끈한 상아를 가진. '거대 골격'의 주인공은 아시아코끼리 '가자바'다. 서울대공원 대동물관에 머물다 자연사한 지 2년 만에 ‘골격표본’으로 재탄생을 앞두고 있다.

2018년 자연사 직후 매장된 가자바는 지난 5월부터 발굴되기 시작했다. 총 350여 개의 뼈 중 현재까지 발굴된 것은 300여 개, 척추나 견갑, 발 등 나머지 뼈는 아직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아 땅 속에 묻혀 있다. 골격표본으로 살아난 가자바는 박물관 또는 연구실로 보내질 예정이다.

윤지나, 임동섭 동물표본제작자가 제작 중인 '가자바'의 골격표본. 과천=서재훈 기자

윤지나, 임동섭 동물표본제작자가 제작 중인 '가자바'의 골격표본. 과천=서재훈 기자


가자바 골격표본 제작은 서울대공원 소속 동물표본제작자 윤지나(32), 임동섭(33)씨가 맡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동물위령비 앞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박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더불어 동물 사체를 다룬다는 점에서 동물표본제작자를 혐오와 오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없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손을 거쳐 탄생한 동물 표본이 교육 및 연구자료로 활용되고, 그로 인해 생물 보존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느끼는 자부심은 남다르다.

동물표본제작자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박제표본을 통해 해당 동물이 산 시대의 환경까지 후손들이 유추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제작한다. 이를 위해 연구와 고민 또한 멈추지 않는다. 윤씨는 “동물표본제작자는 무지개를 쫓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아무리 쫓아도 절대 잡을 수 없는 무지개처럼 동물표본 역시 자연 그대로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려고 해도 '완벽한' 표본은 만들진 못하니까요.”


1년여의 작업을 통해 지난 4월 완성된 시베리아 호랑이 코아(왼쪽)와 한울이의 박제표본. 서울대공원 제공

1년여의 작업을 통해 지난 4월 완성된 시베리아 호랑이 코아(왼쪽)와 한울이의 박제표본. 서울대공원 제공


왼쪽부터 푸른이마 아마존앵무(임동섭 2020년 4월), 노랑목도리담비(윤지나 2019년 6월), 큰소쩍새(윤지나 2018년1월). 서울대공원 제공

왼쪽부터 푸른이마 아마존앵무(임동섭 2020년 4월), 노랑목도리담비(윤지나 2019년 6월), 큰소쩍새(윤지나 2018년1월). 서울대공원 제공


일반적으로 표본은 생물의 몸 전체나 일부에 적당한 처리를 가해 보존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다. 종류는 골격표본과 박제표본, 식물표본, 곤충표본, 액침표본 등으로 다양하다. 그 중 서울대공원 동물표본실은 골격표본과 박제표본을 주로 제작하고 있다. 골격 표본은 가자바의 경우처럼 동물의 뼈만 발골한 뒤 조립해서 보존하고, 박제 표본은 동물의 가죽을 동물 모형 마네킹에 씌운 뒤 봉합해 건조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동물표본의 제작 과정은 다양한 기술이 복합된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칼을 다루는 기술은 물론, 가죽 가공과 목공, 용접, 바느질, 색칠, 조각 등 다양한 기술을 숙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포유류 박제표본의 경우 동물이 자연사하면 냉동 보관 후 해동시켜 '견도(가죽에 붙은 살점과 지방을 제거해 최대한 얇게 만드는 작업)'를 거친 가죽에 적절한 약품을 처리한 뒤 해당 동물의 모양을 한 마네킹에 씌운다. 그 위에 눈, 코, 입 등을 봉합하고 몇 주간 건조하면 자연스러운 색과 형태를 갖추게 된다. 보통 너구리 만한 크기의 표본은 2-3주, 호랑이는 2-3개월의 건조기간이 필요하다.

윤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표본으로 ‘말승냥이(북한산 늑대)’를 꼽았다. 지난 2005년 4월 멸종위기에 처한 한국 늑대의 복원을 위해 평양 중앙동물원으로부터 들여 온 말승냥이 한 쌍 중 한 마리로, 서울대공원에서 10년가량 살다 노령으로 자연사한 개체였다. 윤씨는 “'북한에서 남한으로 오기까지의 과정, 이곳에서 사육사와 함께 한 시간은 어땠을까'하는 생각에 지금도 박제된 말승냥이를 볼 때면 아련해진다"고 말했다.

윤지나씨가 지난 2018년 5월 완성한 말승냥이 박제표본. 말승냥이는 북한산 늑대를 뜻한다. 서울대공원 제공

윤지나씨가 지난 2018년 5월 완성한 말승냥이 박제표본. 말승냥이는 북한산 늑대를 뜻한다. 서울대공원 제공


동료 임동섭씨는 두루미 표본을 만들던 기억을 소개했다. “두루미 박제할 때 다리가 유독 길다 보니 다리에 긴 철사를 집어넣었는데 그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다"며 "조립까지 겨우 성공해 완성해 놓고 보니 이번엔 균형이 맞질 않아서 제대로 서 있을 수 있도록 추가 작업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동물의 습관과 자세, 얼굴 표정 등 디테일을 표본에 그대로 담기 위해 이들이 쏟는 정성과 노력을 감안하면, 관람에도 정성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 살아있는 야생동물은 근접해서 살펴보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표본으로 제작된 이상 최대한 가까이서 차분하게 관찰해 보기를 두 동물표본제작자는 권했다.


서울대공원 동물표본제작사 윤지나(앞), 임동섭씨를 지난달 31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동물위령비 앞에서 만났다. 과천=서재훈 기자

서울대공원 동물표본제작사 윤지나(앞), 임동섭씨를 지난달 31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동물위령비 앞에서 만났다. 과천=서재훈 기자




서재훈 기자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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