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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소, 하필 지금? 추미애-윤석열 '파워게임'이 당겼다

입력
2020.09.02 04:30
수정
2020.09.02 09: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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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에서 특별공판팀 설치되며 기소 방침 굳혀
윤 총장, 기소 결론 미루려 수사팀 유임 원했으나
법무부, 수사팀장 교체ㆍ공판팀 신설 밀어붙여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어차피 기소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다만 장고(長考)를 하던 검찰이 하필 지금, 이 사건을 처리한 데에는 (법무ㆍ검찰 수뇌부 간의) 미묘한 역학 관계가 작용했을 수 있다.”

1일 검찰이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자 한 법조인은 이런 평가를 내놓았다. 지난달 2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차장ㆍ부장검사) 인사,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파워 게임’ 등이 이 부회장 기소 시점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뜻이다.

지난달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발표되기 전 윤 총장은 법무부에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유임 △서울중앙지검 내 삼성 사건을 맡을 ‘특별공판2팀’ 신설 반대 등 의견을 냈다. 삼성 수사팀이 최종 결론을 내리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기존 수사팀을 유지해야 하며, 공소유지 전담팀을 새로 꾸리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윤 총장으로선 보다 더 면밀한 검토를 거친 뒤 삼성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었던 셈이다.

하지만 추 장관은 윤 총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부장검사는 대전지검으로 전보됐고, 특별공판2팀장에는 파견 형태로 수사팀에 계속 참여했던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이 발령받았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지 않을 바에는 굳이 특별공판팀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당시 인사로 인해 ‘인사 시행일(3일) 이전 이 부회장 기소’는 기정사실이 됐다. 일각에서 “추 장관의 인사가 이 부회장 기소 시점을 정하는 데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평소 범죄를 단죄하는 데 적극적인 ‘강성 검사’로 알려진 윤 총장이 이 사건에서만 유독 신중한 입장을 취했던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자신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중단ㆍ불기소’를 권고한 상황과 맞물려 있는 탓이다. 이런 가운데 윤 총장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면,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 온 이성윤 지검장 역시 수사심의위 권고를 어기고 ‘한 검사장 기소’ 카드를 꺼내도 할말이 없어진다. 그렇다고 ‘이 부회장 불기소’ 지시를 내리면, 이번 수사의 정당성 자체를 부인하는 모양새가 된다. 윤 총장의 딜레마는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 사건은 처음부터 윤 총장이 컨트롤했던 사건이다. 애초부터 추 장관과 이성윤 지검장은 큰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는 시각이 많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진두지휘했고, 이복현 부장검사 또한 그의 ‘복심’으로 통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현재 수사팀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도록 한 건 결국 추 장관과 이 지검장이 윤 총장에게 그 책임을 넘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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