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곰, 피자 도우까지…브랜드 캐릭터 쏟아지는 이유

입력
2020.08.28 18:28

28일 오후 도미노피자 공식 유튜브 채널 안에 새로 열리는 '도미노피자 유튜브점' 콘텐츠 홍보 이미지. 도미노피자 제공

28일 오후 도미노피자 공식 유튜브 채널 안에 새로 열리는 '도미노피자 유튜브점' 콘텐츠 홍보 이미지. 도미노피자 제공

28일 오후 6시 유튜브에서 피자 가게가 오픈했다. 가게 이름은 '도미노피자 유튜브점'. 주문을 받고 피자를 배달해 주는 곳이 아니라 도미노피자 캐릭터가 BJ로 등장해 브랜드 소식을 알리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공간이다.

최근 들어 유통업계 브랜드 사이에 자체 캐릭터 열풍이 불고 있다. 연예인·모델 등 유명인이 아닌 귀여운 캐릭터로 이용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면서 인지도나 호감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높은 마케팅 전략이자 소비 과정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fun+consumer)를 공략하려는 시도인데, 치밀한 전략 없이 캐릭터를 쏟아내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28일 도미노피자에 따르면 피자 업계 최초의 자체 캐릭터인 '도디'가 진행하는 도미노피자 유튜브는 점장인 도디가 도미노피자 메뉴를 재미있게 소개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매월 첫째, 셋째 주 금요일마다 신규 콘텐츠가 등록될 예정이다. 도디는 피자 도우를 연상시키는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큰 손을 가진 모습을 하고 있는데, 도미노피자가 설정한 콘셉트는 '만능 재주꾼'이다.

도미노피자의 자체 브랜드 캐릭터 '도디'. 도미노피자 공식 블로그 캡처

도미노피자의 자체 브랜드 캐릭터 '도디'. 도미노피자 공식 블로그 캡처


외식업계의 자체 캐릭터 개발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 애슐리는 시즌별 대표 식자재인 치즈, 딸기, 마늘, 새우 등을 모티브로 4종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4개 캐릭터가 음식이 가득한 섬에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설렁탕 브랜드인 한촌설렁탕은 브랜드 로고인 도깨비를 형상화한 캐릭터를, 차돌박이 전문 브랜드 이차돌은 차돌박이, 쫄면, 육회 등 대표 메뉴를 캐릭터화한 '이차돌 프렌즈'로 이모티콘을 만들거나 인형, 손난로 등 굿즈(Goodsㆍ기획상품)를 팔기도 했다.

애슐리의 자체 캐릭터 4종. 이랜드이츠 제공

애슐리의 자체 캐릭터 4종. 이랜드이츠 제공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곤 있지만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평가 받는 경우는 하이트진로의 두꺼비, 오비맥주 곰 캐릭터 '랄라베어' 정도다.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는 완판 행진을 보였고 패션 브랜드 등 다른 산업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상품 진로 TV 광고에 등장하는 두꺼비. "뚜껍, 뚜껍"이란 말만 반복하는 어뚱한 캐릭터로 소비자들한테 인기를 끌면서 슬리퍼 등 다양한 파생 상품이 완판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유튜브 캡처

하이트진로의 소주 상품 진로 TV 광고에 등장하는 두꺼비. "뚜껍, 뚜껍"이란 말만 반복하는 어뚱한 캐릭터로 소비자들한테 인기를 끌면서 슬리퍼 등 다양한 파생 상품이 완판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유튜브 캡처


하이트진로와 KT가 출시한 한정판 굿즈들. 푸른 두꺼비가 그려진 KT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2' 탈착식 스피커 망을 포함해 타월, 슬리퍼, 수면안대, 소주잔, 두꺼비 피규어, 스마트폰 스트랩 등으로 구성됐다. KT 제공

하이트진로와 KT가 출시한 한정판 굿즈들. 푸른 두꺼비가 그려진 KT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2' 탈착식 스피커 망을 포함해 타월, 슬리퍼, 수면안대, 소주잔, 두꺼비 피규어, 스마트폰 스트랩 등으로 구성됐다. KT 제공

두 성공 사례의 공통점을 찾자면 1970~80년대 브랜드 탄생부터 함께한 대표 마스코트가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수십 년 동안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있어 캐릭터만 봐도 브랜드가 떠오르는 직관성이 높다.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젊은이에게는 뉴트로로 다가가는 효과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1952년 처음 출시된 대한제분 '곰표 밀가루'의 백곰 캐릭터를 활용해 최근 CU가 내놓은 맥주 신제품이 인기를 끈 것도 캐릭터의 높은 인지도가 확보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CU에서 판매한 곰표 캐릭터를 활용한 밀맥주 상품. CU 제공

CU에서 판매한 곰표 캐릭터를 활용한 밀맥주 상품. CU 제공

반면 최근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콘셉트를 잡는 수준일 뿐 구체적인 소구 전략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미노피자의 도디를 활용한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회사 측은 "사람이 도디 인형탈을 쓰고 진행하게 되며 고객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보이는 라디오, 브이로그(일상 소개 영상)등 콘셉트의 짧은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소비자들이 많이 알고 있는 캐릭터에 재미 요소를 결합하는 것과 없던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것은 마케팅 효과에서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며 "새 캐릭터는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기 때문에 단순히 캐릭터를 개발하고 캐릭터를 새긴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가치관, 세계관 등을 섬세하게 설계해 소구하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