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튀는 망사 마스크 쓰고 정은경 본부장과 면담이라니...

입력
2020.08.25 14:55
수정
2020.08.25 20: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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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말 차단 안 되는데…” 네티즌 논란?
판매사 홍보와 달리 방역효과 없어?
공공장소선 착용 놓고 실랑이도

김종인(오른쪽줄 가운데)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정은경(왼쪽줄) 질병관리본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 옆에 앉은 김미애 미래통합당 의원이 망사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미래통합당 제공

김종인(오른쪽줄 가운데)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정은경(왼쪽줄) 질병관리본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 옆에 앉은 김미애 미래통합당 의원이 망사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미래통합당 제공


지난 21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정은경 본부장을 면담한 뒤 공개된 사진 한 장이 논란이 됐다. 김 위원장과 동행한 같은 당의 김미애 의원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이른바 '망사형 마스크'를 쓰고 정 본부장 맞은편에 앉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온라인상에선 '저 마스크는 비말(침방울) 차단 성능이 거의 없는데 정 본부장에게 해를 끼치면 어떡하려고' '방역 총책임자 앞에서 망사마스크라니 어이없다' 등의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김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란 점에서 부정적인 반응은 이어졌다.

실제로 요즘 김 의원처럼 망사형 마스크를 쓰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날씨가 더워지자 시원하다는 이유로 망사형 마스크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온라인 몰에서도 '에어 망사 마스크' '망사 매쉬 마스크' '나노 통풍 마스크' 등의 이름으로 여러 제품이 팔리고 있다.

하지만 망사형 마스크의 경우 비말 차단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마스크는 보건용과 공산품으로 나뉜다. 보건용 마스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KF(Korea Filter) 99ㆍ94ㆍ80'이나 'KF-AD(Anti Dropletㆍ비말 차단용)' 그리고 병원에서 쓰는 수술용 마스크다. 식약처 인증이 필요한 보건용 마스크를 제외한 1회용이나 패션, 망사형 등의 유형은 공산품에 해당,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에서 관리한다. 국표원은 이 제품들을 대상으로 폼알데하이드, 아릴아민, 노닐페놀 등 유해물질 검출 여부만 확인할 뿐 비말 차단 등 기능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 망사형 마스크 판매업체들이 '외부물질 차단' '항균탈취 테스트 완료' '입자 차단'과 같은 홍보 문구를 내걸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오해하기 쉽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이나 글로벌 종합 시험인증기관인 FITI시험연구원 인증서 등을 첨부한 광고도 많은데 이 역시 해당 시험기관에서 유해물질 검출 관련 인증을 받았다는 의미일 뿐이다. 비말 차단 등 마스크 기능과는 관계가 없단 얘기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건용 마스크 외 제품의 비말 차단 기능은 증명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공장소에선 적지 않은 실랑이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 최근 지하철 3호선내에선 망사형 마스크를 쓴 중년 여성에게 한 남성이 "모기장 같은 걸 쓰고 다녀서 다른 사람한테 다 번지는 것 아니냐"고 호통을 치자 이 여성도 "이것도 다 차단되는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한 마스크 전문가는 "망사형 마스크 착용은 '입스크(입만 가린)'나 '턱스크(턱만 가린)'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비한 방역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반드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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