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용어 '강수맞힘률'이 북한 말이라고요?

입력
2020.08.13 10:00
수정
2020.08.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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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맞힘률' 단어 사용…? 우연의 일치로 오해 확산

1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1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장마가 길어지면서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여기저기서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기상청이 쓰는 용어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됐어요. '강수맞힘률'이라는 용어가 때 아닌 북한 말이라는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최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맞힘률'이라는 단어가 북한 언어라는 주장이 제기됐어요.

강수맞힘률은 'POD(Probability of Detection)'를 뜻하는 기상청 용어입니다. 기상청이 비가 오는지를 실제로 얼마나 '잘' 예보했었는지 따지는 지표라고 볼 수 있어요. (관련기사: "기상청 또 틀렸네" 장마철 비 예보 맞히기 더 어려운 이유 )

맞힘률. 얼핏 우리말 같은데 정말 기상청에서 북한 말을 쓴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에서도 우리나라의 적중률을 뜻하는 단어로 맞힘률을 쓰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상청에서 북한 말을 차용한 건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우연의 일치라는 거죠.

어쩌다 지금의 논란에 이르게 된 걸까요.

우선 이 용어의 시작을 되짚어보겠습니다. 강수맞힘률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없던 단어에요. 기상청이 2018년 4월부터 쓰기 시작했거든요. 현재는 지난 강수 예보에 대한 평가 지수로 강수정확도와 강수맞힘률 두 가지를 쓰고 있지만요. 참고로 강수정확도(ACC, Accuracy)는 강수맞힘률보다 큰 틀에서 관측 결과와 실제 날씨가 얼마나 일치했는지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기상청의 최근 1년치(2019년 8월~2020년 6월) 강수맞힘률. 기상청 제공

기상청의 최근 1년치(2019년 8월~2020년 6월) 강수맞힘률. 기상청 제공

과거엔 강수정확도만 사용했는데 2017년부터 다른 평가 지수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시작됐어요. 강수정확도 수치가 국민이 실제 체감하는 정확도와 차이가 난다고 판단했고, 강수 현상에 대해 얼마나 잘 예보했는지 산출하는 수치를 찾게 된 거죠. 그러다 탄생한 것이 강수맞힘률입니다.

왜 하필 강수맞힘률이었던 걸까요? 강수맞힘률의 영어 표기(POD)를 보면 탐지율, 검출 확률 정도로 직역할 수 있어요. 강수탐지율이라는 단어. 무슨 뜻인지 감이 오나요? 한 눈에 그 뜻을 알기 어려울 텐데요. 기상청에서도 그 점을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다 쉬운 용어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맞힘율을 생각해 낸 거에요.

맞힘이라는 단어는 평소에도 많이 쓰고 있고, 비율을 뜻하는 율도 흔하게 쓰이기 때문에 '맞힘'이라는 명사형과 '율'이라는 접미사를 합쳐 맞힘율로 정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에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맞힘율이 정식으로 사전에 등재된 단어는 아니지만, 우리말 어법에 맞게 조합했고 일반인들이 자주 사용하게 되면 사전에 등재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2018년 남북협력 차원에서 통일부가 기상청이 북한의 용어를 쓸 수 있도록 했다는 주장도 나왔어요. 그러나 기상청과 통일부에 확인해 본 결과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기상청은 북한에도 맞힘률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뜬금없이 북한 말을 사용했다는 오해를 받은 상황인 셈인데요.

그렇지 않아도 기상 예보 정확성을 두고 입길에 오르는 기상청이 용어 논란까지 떠안아야 할 상황이니 곤혹스러울 것 같네요.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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