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끼린 통한다? 벨라루스 대통령 연임 축하한 두 사람

입력
2020.08.11 12:30
수정
2020.08.1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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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과 시진핑, '6연임 ' 루카셴코 대통령 지지
CNN "이해 관계 밀접, 권위주의 지도자 연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6연임에 성공하며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수도 민스크에서 11일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민스크=EPA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6연임에 성공하며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수도 민스크에서 11일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민스크=EPA 연합뉴스

"동료를 보면 독재자를 알 수 있다."

6연임에 성공했으나 거센 반(反)정부 시위에 직면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낸 두 사람이 있다.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다. 모두 권위주의 지도자란 공통점이 있다. 미 CNN방송은 10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시민들이 거리로 나가자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루카셴코 뒤로 집결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세 사람의 '동료애(?)'를 조명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시 주석이 루카셴코 대통령의 재선에 따뜻한 축하와 축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같은 날 푸틴 대통령도 축하 메시지를 통해 "이번 투표는 양국 국민의 근본적인 이해관계에 부합했다"면서 "모든 분야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양국관계를 약속한다"고 밝혔다.

9일 대선 출구조사 발표 직후부터 수도 민스크 시내에서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모여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규탄 시위를 진행 중이다. 경찰의 강경진압 속에 1명이 숨지고 3,000명이 체포되는 등 정국 혼란은 악화일로다. 하지만 중러 수장들은 루카셴코에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 서방국가들에서 시위대에 동조해 선거부정 가능성을 내비치고,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잇따른 것과 대조된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6연임에 성공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이달 10일 시위대와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민스트=AP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6연임에 성공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이달 10일 시위대와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민스트=AP 연합뉴스

두 지도자의 당선 축하 메시지는 권위적 통치 연대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방송은 "(푸틴과 시진핑은) 권력 이양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고, 민주항쟁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면서 "(당선 축하 메시지를 통해) 반정부 활동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암묵적 신호도 보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에서는 푸틴이 사실상 종신집권할 수 있는 개헌안을 확보한 이후 크고 작은 반정부 활동이 일어나고 있고, 중국에서도 국가보안법 사태를 전후로 홍콩 민주화 활동이 이어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풀이다.

물론 루카셴코 독재체제 아래 벨라루스와 경제ㆍ정치적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가려는 의중도 엿보인다. CNN은 "중국은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벨라루스에 교육받은 인력을 많이 투자해왔고, 러시아는 관세동맹은 물론 군사적으로도 벨라루스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카셴코가 선거 전에 '러시아 대선 개입설'을 말하며 양국 관계가 어긋나기도 했지만,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에 맞선 공동 전선을 굳건히 다지려면 러시아도 벨라루스에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없는 처지다.

루카셴코는 일단 이번 시위에 강경 대응을 천명했지만, 폭력 양상이 더해지면 공고한 권력 구도가 흔들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시위 결과로 새 정치가 자리잡든, 유혈 진압으로 끝나든 루카셴코의 입지는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각에선 설사 루카셴코가 살아남더라도 지지기반 약화로 러시아의 영향력만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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