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 첫 출전에 '챔피언샷'…남편 동반한 이보미 "졌지만 즐거워"

입력
2020.08.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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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인비테이셔널, KLPGA 팀 10.5-7.5 우승
… 역대 전적 3승3패

이보미(오른쪽)가 9일 경북 경주시 블루원디아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최종일에 캐디를 맡아 준 남편 이완과 동행하고 있다. 브라보앤뉴 제공

이보미(오른쪽)가 9일 경북 경주시 블루원디아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최종일에 캐디를 맡아 준 남편 이완과 동행하고 있다. 브라보앤뉴 제공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최종일인 8일, 해외연합 팀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팀의 싱글 매치플레이가 펼쳐진 경북 경주시 블루원디아너스 컨트리클럽엔 전날 쏟아진 빗방울 대신 깨가 쏟아졌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스타 이보미(32)가 자신의 캐디 가방을 메고 대회에 나선 남편 이완(36)과 라운드 내내 웃음꽃을 피는 모습이 꾸준히 포착됐다.

하이라이트는 이보미가 경기 내내 자신의 상대인 박현경(20)에 끌려가다가 올스퀘어를 만든 16번홀. 이완은 이보미를 향해 활짝 웃었고, 이보미는 남편의 양쪽 어깨를 부여잡으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매치플레이를 주도한 것도 박현경이었는데, 홀마다 더 밝은 모습을 보인 건 이보미였다.

신혼부부의 애정공격에 잠시 흔들렸던 박현경은 분위기를 추스른 뒤 바로 다음 홀인 17번홀에서 버디를 따내며 이보미를 앞서갔다. 마지막 18번홀도 지켜내며 1업으로 경기를 마친 박현경은 팀에 귀중한 승점을 안겼고, KLPGA 팀은 박현경의 승점으로 4경기를 앞둔 상태에서 승점을 9.5-5.5를 만들며 2년 연속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해까지 역대 전적 2승3패로 뒤졌던 KLPGA 팀은 이번 대회 첫날 포볼 매치에서 4.5-1.5로 앞선 뒤 최종일(2일차 포섬매치는 우천 취소)에 6-6 동률을 기록, 최종합계 10.5-6.5로 마무리했다. 이날 우승으로 역대 전적에서 3승3패 동률을 이뤘다. 우승을 거둔 KLPGA 팀 선수들은 상금 7억원을 차지했고, 패한 해외연합 팀도 5억원의 상금을 나눠 갖게 됐다.


박현경이 9일 경북 경주시 블루원디아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최종일에 3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 브라보앤뉴 제공

박현경이 9일 경북 경주시 블루원디아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최종일에 3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 브라보앤뉴 제공


자신의 패배와 팀의 패배가 동시에 확정된 뒤에도 이보미는 웃었다. 이보미는 “남편이 처음 내 캐디를 해줬는데, 내가 남편 말을 듣지 않아 진 것 같다”며 “남편이 라이를 굉장히 잘 봐줬는데 퍼트 감각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 건 속상하지만, (올해 2승을 거둔)현경이에게 져서 덜 속상했다”고 말했다.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완성한 박현경은 “보미 언니와 (이완)오빠와 함께 해 기분 좋은 하루였고, 승패를 떠나 좋은 추억을 쌓은 대회였다”며 기쁨을 전했다.

‘여자골프 올스타전’으로 불리는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은 이렇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집중호우로 우울한 한국에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전했다. 정규투어가 아닌 팀 대항전인 데다 승부에 대한 부담도 없어 선수들은 평소라면 걸렀을 법한 리액션을 가감 없이 선보였다. 김효주(25)는 같은 팀 동료 이미향(27)이 질 뻔한 경기를 롱퍼트로 마무리하자 펄쩍펄쩍 뛰며 환호했고, 최혜진(22)도 전략을 잘못 전한 캐디에 장난 삼아 투덜거리며 발랄함을 보이기도 했다.

선수들은 코로나19와 집중호우로 지친 국민들에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이정은(24)은 “요즘 코로나도 그렇고 날씨도 그렇고 어수선한 2020년이 지나가고 있다”며 “우울해있기 보다 힘을 내서 이 어려움을 함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회 ‘초청자’ 박인비(32)는 미국프로골프(LPGA) 무대로 향한다. 조만간 영국으로 출국하는 박인비는 20일 스코틀랜드서 개막하는 AIG 브리티시 여자오픈부터 LPGA 투어에 참가할 계획이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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