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댐 참사 부른 하트모양 인공수초섬 왜 만들었나

입력
2020.08.06 21:32
수정
2020.08.06 21:3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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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녹조 개선 위해 6월부터 조성 나서
"의암호 유속ㆍ유량 고려했는지 검검해야"

6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의암호에서 일어난 선박 사고는 지난 6월 의암호 수질 개선을 위해 설치된 인공 수초섬을 고박하기 위해 작업하다 일어났다. 사진은 지난 6월 제작 중인 의암호의 하트 모양의 인공 수초섬의 모습. 연합뉴스

6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의암호에서 일어난 선박 사고는 지난 6월 의암호 수질 개선을 위해 설치된 인공 수초섬을 고박하기 위해 작업하다 일어났다. 사진은 지난 6월 제작 중인 의암호의 하트 모양의 인공 수초섬의 모습. 연합뉴스

6일 오전 11시 30분쯤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댐 수문으로 휩쓸려 실종된 근로자 등은 인공수초섬을 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엿새간 이어진 폭우와 북한강 수계 댐들의 방류로 물살이 거세지면서 옛 중도 배터 선착장에 설치된 수초섬이 떠내려갔기 때문이다.

춘천시는 6월부터 14억 5,000여 만원을 들여 의암호에 2,700여㎡ 규모의 인공 수초섬을 조성 중이었다. 햇빛을 차단해 여름철 녹조 발생을 막는 등 수질개선을 위해서였다. 인공 수초섬은 완공 후 KT&G 상상마당 인근 의암호로 옮길 예정이었다. 수질개선과 함께 하트모양의 수초섬이 의암호의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도 시는 기대했다.

그러나 춘천시의 기대는 어긋났다. 대형 구조물이 이번 사고 때처럼 집중 호우 시 위험한 상황을 부를수 있어서다.

시는 인공수초섬이 의암호의 수위 변동에 상관없이 항상 수면 위에 떠 있고, 강한 바람 등에도 버틸 수 있도록 고정 닻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집중호우에 힘 없이 의암댐까지 4㎞를 떠내려갔다.

이날 오전 10시쯤 업체 직원이 고무보트를 타고 고정하려 했지만 혼자 힘으론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당시 의암댐은 초당 최대 1만톤의 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에 거센 물살을 이기지 못해 철수하려던 민간업체 고무보트가 전복됐다. 구조에 나선 경찰정과 행정선까지 잇따라 전복돼 탑승자 7명이 13m 높이로 열려 있던 의암댐 수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참사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설계 및 시공과정에서 북한강 수계 댐들이 수문을 열면 방류수가 모여 물살이 세지는 의암호의 특성을 감안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토목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암호의 경우 춘천댐과 소양강댐에서 쏟아낸 물이 모아져 유량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 유속도 빨라진다"며 "설계와 시공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충분히 감안했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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