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하고 드러내며 차별에 맞서다...류호정·장혜영이 보여준 것들

입력
2020.08.06 18: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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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목소리 없는 약자를 위한 국회”
장혜영 “국민 닮은 국회 만들 것”
존재감 희미해지던 정의당의 한줄기 빛으로


류호정(왼쪽 사진)ㆍ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각각 지난달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ㆍ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ㆍ뉴스1

류호정(왼쪽 사진)ㆍ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각각 지난달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ㆍ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ㆍ뉴스1


이들에게 '당연한 건' 없다. 그런 생각을 드러내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이를 통해 여성 및 장애인 등 약자에 대한 차별이 심지어 국회에서도 얼마나 만연해 있는 지 보여주고 있다. 정의당 류호정ㆍ장혜영 의원 얘기다. 2030세대 정치인인 두 여성 초선 의원의 '원내 투쟁'은 거대 여당의 그늘에서 희미해지던 정의당에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

이들은 본인이 지향하는 가치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피소 당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조문 거부가 대표적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비롯한 진보 정치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박 전 시장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빈소를 찾았을 때, 류 의원은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피해자를 위로하며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도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애도할 수 없다"고 가세했다. 적지 않은 정의당 지지자들이 '두 의원이 인의를 저버렸다'며 탈당계를 냈지만 두 의원은 소신을 거두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사소해 보이는 표현도 이들에게는 투쟁 대상이다. 장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절름발이 정책'이란 표현을 쓰자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장 의원은 “정책의 한계 같은 것을 설명하면서 ‘절름발이’라고 하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그건 명백히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했다. 이후 일부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선 '뭣 모르는 장 의원이 흔히 쓰는 표현에 괜히 딴지를 건다'는 조롱도 나왔지만 굴하지 않았다.

부당한 시선 앞에 주저하거나 멈칫하기 보다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류 의원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성 댓글이 쏟아졌다. 류 의원은 "저는 일을 잘 할 수 있는 복장으로 출근했다"고 담담하게 반응했다. 오히려 “어두운 정장과 넥타이로 상징되는 50대 중년 남성 중심의 국회 관행도 깨보고 싶었다”고 했다. 아직도 나이와 성별로 고정화 된 국회를 바꾸고 싶다는 포부까지 드러낸 것이다.

이들의 투쟁에 작지만 큰 변화가 뒤따르고 있다. '절름발이' 발언 논란 당사자였던 이광재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무엇보다 소수자를 살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9일만에 사과했다. 여권의 거물 정치인으로서는 이례적 반응이다. 복장 논란에 휩싸인 류 의원을 향해서도 민주당은 물론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들까지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5선 중진인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17년차 국회 꼰대가 류호정 의원을 응원한다"고 했고,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류호정 의원 의상을 문제 삼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가세했다.

4년간 할 일이 더 많다. 두 의원은 "이제 시작"이라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류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그간 대변되지 못했던 약자들에 관해 앞으로도 더 많이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도 통화에서 “소수정당, 여성, 청년, 비례대표 의원으로 스스로를 검열하지 않고, 국민을 닮은 국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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