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박원순 사건' 직권조사, 이번엔 제대로

입력
2020.07.31 04:30
27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의혹 사건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고영권 기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의혹 사건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고영권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을 직권조사하기로 30일 결정했다. 사건의 진상은 물론 서울시의 피해 묵살 의혹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피해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함으로써 형사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지만, 이것으로 마무리돼선 안 된다는 게 피해자 측 입장이다. 게다가 고소 사실 누설, 서울시의 방조ㆍ묵인 의혹 등도 추가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무차별적인 2차 가해에도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기관에 개선 조치를 촉구할 수 있는 인권위의 직권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피해자 측 판단이다. 피해자 측이 직권조사를 요청하면서 공공기관장 비서직 채용 과정의 성차별 요소, 직장내 성폭력 2차 피해 예방과 구제 절차, 선출직 공무원의 성폭력에 대한 징계와 견제 장치 등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 이유다.

과거 인권위는 권력기관의 성추행 사건을 직권조사했다가 석연찮게 중단해 비판받은 전례가 있다. 2018년 2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사건 및 2차 피해에 대해 직권조사에 착수했지만, 일주일 만에 잠정 중단하고 같은 해 7월 아예 사건을 각하 처리했다. 비슷한 시기 검찰이 자체 조사에 나섰다는 게 이유였으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피해자는 4년간 20명의 상급자와 동료에게 피해를 호소했으나 구제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기관을 찾았지만 고소 사실이 곧장 가해 혐의를 받는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에겐 인권위가 마지막 기댈 곳이다. 지원단체들은 “인권위가 사건 진상 규명과 피해자 인권 회복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불가침의 기본 인권을 보호, 증진해 인간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한다’는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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