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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유행이 언제 끝날까요?” ‘면역’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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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낯선 과학책을 수다 떨 듯 쉽고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읽어본다, SF’를 썼던 지식큐레이터(YG와 JYP의 책걸상 팟캐스트 진행자) 강양구씨가 '한국일보'에 4주마다 금요일에 글을 씁니다.
며칠 전에 괜히 헛헛한 마음을 달래보고자 2년 전에 유행했던 드라마를 보았다. 눈물, 콧물 짜내며 드라마를 보다가 괜히 흠칫흠칫 놀라는 장면이 있었다. 지하철 장면이 유독 많았던 그 드라마 속에서는 마스크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지하철! 그 모습이 그토록 낯설 수 없었다.
이렇게 마스크가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된 지 6개월이 넘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묻는 사람이 많았다. “이 바이러스 유행이 언제나 끝날까요?” 요즘에는 질문이 바뀌었다. “이 바이러스 유행이 끝나기는 할까요?” 그때마다 단호하게 “끝납니다. 반드시!”라고 말하면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 와중에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최근 몸속의 면역 세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저항력이 있는 사람이 여럿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더구나 이렇게 저항력이 있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없었다. 도대체 코로나19를 앓은 적도 없는 사람이 이 바이러스에 저항력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은 ‘교차 면역’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앓는 감기 바이러스 가운데도 코로나19와 친척 사이인 코로나바이러스가 네 종류나 있다. 이렇게 코로나바이러스 감기를 앓은 적이 있었던 사람의 몸속 면역 세포가 코로나19에 저항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희소식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나 효과가 있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도 이런 저항력을 기대해볼 수 있으니까.
바로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 세포가 바로 ‘T 세포(T Cell)’다. T 세포는 몸을 한번 공격했던 바이러스를 기억하고, 더 나아가 그것에 감염된 세포를 골라서 없앤다. 우리 몸속 면역 체계의 슈퍼 히어로! 그런데 얼핏 들어도 흥미로운 T 세포를 포함한 우리 몸속 면역 이야기를 재미있고 알기 쉽게 전하는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놀랍게도 그런 책이 있다. 박지영의 '아이를 위한 면역학 수업'(창비). 저자는 평소 ‘야옹 선생’이라는 필명으로 엄마, 아빠를 위해서 정확한 육아 건강 상식을 전달하고자 애썼던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환자가 묻는 많은 질문이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알면 풀리는 것이기에 틈틈이 공부해서 이 책을 펴낸 것이다.
이 책 한 권만 꼼꼼히 읽으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바로 이때 T 세포와 같은 면역 세포가 활약한다), 백신의 원리는 무엇이고 어느새 친숙한 용어가 되어 버린 ‘집단 면역’의 정확한 개념이 무엇인지, 아토피 비염 천식 같은 알레르기 질환은 왜 생기고 또 어떻게 막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경우에는 저자가 면역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아닌 것이 오히려 장점이다. 진료 현장에서 보통 사람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만 골라서, 조금만 참을성을 발휘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요령 있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직접 그린 만화도 이해를 돕는다. 확신하건대, 면역학 전문가도 감탄할 만한 부분이 많다.
이 책을 읽고서 저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반했다면, '엄마 의사 야옹 선생의 초록 처방전'(황소걸음)도 살펴보길 바란다. 초보 엄마, 아빠에게 항상 선물로 사주는 책이다. 그나저나, 언제쯤 우리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마스크 없이 탈 수 있을까. 그럴 때가 분명히 온다.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
과학책 초심자 권유 지수 : ★★★★★ (별 다섯 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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