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초의 '승부사'... 카 레이싱팀의 모든 것

입력
2020.08.01 11:00


1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동에서 CJ로지스틱스 레이싱팀이 자동차 부품로 차체 모양을 만들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홍인기 기자



2020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3라운드 결승경기에 참가선수들이 힘찬 스타트를 하고 있다. CJ슈퍼레이스 제공



“부아앙~” 귀청을 울리는 레이싱 카(경주용 자동차)의 질주에 가슴이 뛴다. 순간 최고 시속 300㎞로 서킷을 달리는 카 레이싱은 단 0.0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가장 빠른 자동차는 가장 잘 준비된 레이싱팀에서 나오는 법. 자동차의 기본 성능도 중요하지만 핸들을 잡는 드라이버와, 차를 개조하고 정비하는 '미캐닉(Mechanic)'의 기량에 따라 결정적인 0.01초는 완성된다. 시즌 챔피언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CJ로지스틱스 레이싱 팀을 지난 17일 경기 용인에 위치한 팀 캠프에서 만났다.

팀 구성은 2명의 드라이버와 5명의 미캐닉, 감독까지 총 8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미캐닉이 가장 많다. 평상시 차량 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차체를 개조하고 정비하는 미캐닉의 목표는 '최고의 스피드'다. 세계 유명 자동차 경주 장면에서 서킷을 벗어난 차량이 정비 구간에 들어오자마자 10여명의 미캐닉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타이어를 교체하거나 정비하는 장면은 익숙하다.

이날은 네 명의 미캐닉과 드라이버가 각종 장비와 주요 부품을 바닥에 펼쳐 보였다. 드라이버와 스패너, 토크렌치 등 차량 개조 작업에 필요한 도구를 시작으로 코너에서 회전 조율을 해 주는 디퍼런셜, 드라이버 샤프트, 차량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8기통 엔진과 휠, 타이어까지 60여 가지에 달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빨간색 드라이버 시트를 놓고 포즈를 취했다.

실제 레이싱 카를 구성하는 부품은 500여개에 달하는데, 일반 자동차에 비하면 훨씬 적고 구조가 간단하다. 여름 필수 장치인 에어컨도 없다. 0.01초라도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1g이라도 더 가벼워야 하기 때문에 개조 과정에서 사라진다.


17일 경기 용인시 CJ로지스틱스 레이싱팀 미캐닉들이 경주용 차량을 정비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CJ로지스틱스 레이싱팀 미캐닉이 펼쳐놓은 경주용 차량 부품들. 정준희 인턴기자


일반적으로 서킷에서 벌어지는 레이스는 차량 종류에 따라 포뮬러 레이스와 투어링 카 레이스 두 가지로 구분된다. 오직 레이스를 위해 제작된 차량으로 경기를 치르는 포뮬러 레이스는 다시 F1에서 F4 등으로 클래스가 나뉜다. 이에 비해 투어링 카 레이스는 양산차를 개조해 대회를 치룬다. CJ로지스틱스 레이싱은 이 투어링 카 레이스에 출전하고 있다.

대회마다 차량의 엔진이나 차체, 타이어 등 사용하는 제품과 규격이 정해져 있다. 투어링 카 레이스로 국내에서 열리는 2020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의 '슈퍼6000' 클래스의 경우 배기량 6,000cc이상, 최고 시속 290㎞, 460마력의 엔진을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찰나의 승부가 이어지다 보니 드라이버와 미캐닉의 관계는 밀접하다. 드라이버는 서킷을 돌면서 느낀 점을 미캐닉에게 최대한 상세하게 전달하고, 미캐닉은 드라이버의 의견과 차량 곳곳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종합해 미세한 부분까지 조절한다.

해외에서 'F2' 클래스 경주를 경험한 문성학 선수는 카 레이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셋업”으로 꼽았다. 그는 “경기장마다 다른 코스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따라 드라이버의 몸에 맞게 차량이 잘 세팅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미캐닉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기 용인과 전남 영암, 강원 인제에 위치한 서킷의 형태가 제각각이다 보니 미캐닉은 경기장에 따라, 코스 공략 전략에 따라 드라이버와 차량이 최적의 '합'을 이룰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차량 주행 상태를 알려주는 데이터 그래프. CJ로지스틱스 제공


CJ로지스틱스 레이싱팀 미캐닉이 17일 용인 팀 캠프에서 시뮬레이션 주행을 하고 있다. CJ로지스틱스 제공



CJ로지스틱스 레이싱팀 미캐닉이 17일 용인 처인구 캠프에서 경기용 차량 타이어와 부품들을 옮기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이 같은 작업의 책임자인 황재균 미캐닉 팀장은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타이어”를 꼽았다. “대회마다 참가 차량의 부품 등이 규정되어 있어 서로 별다른 차이가 없다 보니 타이어의 선택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경주용 차량은 양각 패턴이 없는 슬릭 타이어를 사용한다. 타이어 전체가 지면에 달라 붙는 식으로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레이싱 카가 구불구불한 코스를 스케이트 타듯 에지를 주며 달릴 수 있는 이유다.

한편, 엄청난 속도와 굉음, 긴박감 등 업무 환경에 비해 미캐닉의 성품은 하나같이 온화하고 차분했다. 경기에서 시속 300㎞를 넘나드는 박력 넘치는 드라이버들 역시 일상과 경기는 정반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정웅 감독은 "프로선수(드라이버)들은 경기장에선 맹렬한 속도를 자랑하지만 일반 도로에선 시속 100km 이상 밟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CJ슈퍼레이스는 예년보다 2개월 늦은 6월에 시작해 11월까지 계속된다. 횟수도 예년보다 1회 줄어 총 8라운드로 치러질 예정이다.


CJ로지스틱스 레이싱팀 멤버들이 17일 용인 팀 캠프에서 촬영을 마치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CJ로지스틱스 미캐닉이 17일 용인 팀 캠프에서 경주용 자동차 부품을 펼쳐 놓은 가운데 드론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정준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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