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가장 번성한 동물군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약 절반 정도가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곤충이 번성한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변태를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은 각자의 모습에서 견딜 수 있는 환경이 다르다. 그래서 천재지변과 같은 생존에 위험한 순간이 닥쳤을 때 어떤 모습인가는 살아남아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수명이 짧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세대교체가 빠르면 그만큼 빠른 진화가 가능하다. 급변하는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다. 나뭇가지와 똑같이 생긴 대벌레, 나뭇잎과 구분이 안 가는 나방이 수두룩한 것도 빠른 세대교체로 진화의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은 몸체로 다양한 생태적 틈새를 찾아냈고, 날개를 갖고 있는 것도 곤충 번성의 이유로 꼽힌다.
일면 이런 이유는 사후적으로 끼워 맞춘 것처럼 보인다. 위에 적어 놓은 것은 곤충의 번성 이유라기보다는 현존하는 곤충의 특성 같다. 하지만 그런 특성을 갖고 있는 곤충의 존재 자체가 이유다. 그런 특성을 갖고 있는 곤충이 번성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 특성이 생존에 유리했음을 말해주니까. 최소한 지금까지의 환경에서는 그렇다.
위의 이유에 더해 단단한 외골격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외골격은 단단한 큐티클층으로 이루어진, 곤충을 비롯한 절지동물의 피부를 말한다. 피부라고 적었지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뼈의 역할을 한다. 척추동물의 뼈는 몸을 지탱하고, 몸의 모양을 구성하고, 근육을 부착할 수 있어 움직임을 쉽게 한다. 곤충의 외골격도 몸을 지탱하고, 몸의 모양을 구성하고, 근육을 붙인다. 거기에 더해, 뼈가 바깥에 있다 보니 외골격은 천적의 공격으로부터, 직사광선과 비바람 같은 가혹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좋은 방패가 된다. 살아남으려면 이 외골격을 꽉 붙잡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세상에 늘 좋기만 한 것은 없다. 몸을 보호해주는 외골격은 성장에는 방해가 된다. 곤충은 성장 단계마다 탈피를 해야 한다. 몸이 부드러운 애벌레는 외골격이 없는 것 같지만, 그들도 나름대로의 외골격을 갖고 있다. 애벌레도 성장을 위해서는 탈피를 해야 한다. 막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를 1령 애벌레라 부른다. 탈피를 한 번 할 때마다 2령, 3령이 되고, 번데기나 성충이 되기 직전의 애벌레를 종령 애벌레라 부른다. 아주 어릴 때부터 탈피를 하지만 그들의 탈피각은 작고 부드러워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종령 애벌레가 성충이 될 때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단단한 탈피각이 남는다. 지금 우리 도시의 여름을 대표하는 곤충의 탈피각이 만들어지고 있다.
장맛비 사이로, 올해 들어 처음 매미 소리를 들었다. 일 년도 못 사는 녀석들이 즐비한 곤충의 세계에서 매미는 꽤 오래 사는 녀석이다. 땅속에서 7년 안팎의 시간을 보낸 매미 애벌레는 이제 어른이 될 준비가 다 됐다. 자연의 모든 신호가 이제 여름이 왔음을 알려오면 땅속의 매미 애벌레는 그걸 용케도 알아차리고 나무 위로 기어오른다. 어른이 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다. 어떤 녀석은 나무줄기에, 어떤 녀석은 잎의 끝에 자리를 잡았다. 매미 일생의 마지막 탈피가 남았다. 마지막 탈피가 끝나면 녀석은 어른이 될 것이다. 사방에서 통통한 매미를 노리는 천적이 눈을 부라리고 있다. 하지만 탈피 중인 매미는 움직일 수 없다. 옆구리에서 날개가 돋아난다. 그동안 매미의 몸을 보호해 준 표피와 앞으로 자신의 몸을 감쌀 새로운 표피 사이가 벌어진다. 매미의 뇌에서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탈피를 재촉한다. 이마 부분이 갈라지고 매미의 새로운 몸이 조금씩 보인다. 온몸이 옛 표피 바깥으로 빠져나와도 바로 움직일 수는 없다. 아직 날개가 마르지 않았다. 날개의 시맥으로 공기와 피를 보낸다. 날개가 점점 마르고 활짝 펴진다. 매미가 날아간다.
강력한 방어막을 갖게 된 곤충은 동물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번성했다. 하지만 그 강력한 방어막은 성장에 방해가 된다. 성장하기 위해선 탈피를 해야 한다. 위험하지만 피하면 안 되는 순간이다. 어른이 된 매미가 나뭇잎 끝에 탈피각 하나를 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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